41-육방예경(六方禮經) – 싱갈라에 대한 가르침

공존의 의미 담은 윤리 지침서
생활 속 지켜야 할 규범 간추려 설명

얼굴에 웃음을 띠는 것은 이미 상대방에게 말을 건네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미소띤 얼굴이 좋은 모습인 줄은 알면서도 쉽사리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은 일종의 나쁜 습관일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애써 좋은 일을 실천하려고 하기도 하고, 그와 반대로 나쁜 줄 알면서도 반복하는 행위도 있고 또한 무의식적으로 어떤 행위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부처님 당시 인도에서 ‘싱갈라’라고 하는 어느 장자의 아들이 의미없이 매일 아침 육방(六方 : 동서남북상하)을 향해 예경하는 것을 보고 부처님께서는 그 참뜻을 설명해 주시는데 이것이 바로 이 《육방예경》입니다.

즉 싱갈라는 부처님을 뵙기 이전에는 오직 부친의 유언에 따랐을 뿐으로 육방에 예경하는 참뜻을 모르는 체 습관적으로 여섯 방향을 향해 절을 하다가 비로소 자신이 육방에 예경하는 이유와 그때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알게 된 것입니다.

《육방예경》에는 몇가지 이본(異本)이 있는데 팔리어본은 《싱가아라바다숫탄타(Singalovada-suttanta)》로써 ‘싱갈라에게 설한 경전’ 또는 ‘싱갈라에 대한 교훈’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한역본에는 후한(後漢) 때 안세고가 번역한 《불설시가라월육방예경(佛說尸迦羅越六方禮經)》과 지법도가 번역한 《불설선생자경(佛說善生子經)》등이 알려지고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줄여서 《육방예경》 또는 《선생경》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팔리어본과 한역본은 항목과 일부의 내용이 다소 다른 곳이 있긴 하지만 전체의 내용이 전하는 뜻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근래에 와서는 인륜의 질서가 무너지면서 생명의 경시풍조가 생겨나고 부모 자식간의 관계조차도 이해 타산적으로 몰아가기도 하며 사제(師弟)간의 윤리가 무너지고 이혼율의 증가, 친구간의 배신과 모함, 노사(勞使)간의 마찰 등이 각자의 권익보호라는 미명 아래 위험한 수준에까지 도달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대사회의 참상들을 부처님께서는 미리 예견이라도 하신 듯 《육방예경》을 통해 우리들이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윤리덕목을 각각 다섯 가지(五事)로 간추려서 간곡히 일러 주시고 있습니다.

먼저 동쪽의 예경은 부모와 자식간의 윤리 문제로 부모는 자식을 올바르게가르쳐야 되고, 자식은 부모를 공경심으로 대할 것을 이르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부모의 역할에 관한 언급인데, 성적 위주의 교육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전인교육으로서의 윤리적 측면의 중요성을 소홀히 하고 있는현실 앞에서 강조되어야 할 덕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쪽의 예경은 부부간의 윤리 문제인데, 남편이 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의무는 외도를 하지 말 것과 아내에 대한 인격적 대우가 강조되고 있는 점이 주의를 끕니다.

남쪽의 예경은 사제간의 윤리인데, 제자는 스승을 오직 존경심으로 대해야하며, 스승은 애정을 가지고 제자를 엄하게 돌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쪽의 예경은 친구간의 윤리 문제인데, 이를 사섭법(四攝法)에 근거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로를 속이지 말라는 말로 시작하는 것을 보면 친구지간에는 성실보다 더한 행동은 없고 진실보다 더한 말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래쪽의 예경은 주종(主從)간의 윤리로 주인은 고용자를 능력에 맞게 일을 시켜야 할 것이며 피고용자는 주인의 덕을 널리 칭찬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점은 현대 사회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끝으로 윗쪽의 예경은 종교인과 신도들 사이에 지켜야 할 윤리 문제로, 무엇보다 악으로부터 신도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출가자들의 첫번째 덕목으로 꼽히고 있는데 이 또한 부처님의 탁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신도들은 부처님을 공경하듯이 출가자들을 존경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와같이 《육방예경》에서는 사회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들의 윤리 문제가 총망라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기저를 이루고 있는 특징으로는 구성원 상호간의 평등과 자비, 그리고 보은(報恩)과 공존(共存)사상에 근거하여 설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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