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믿는 것은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인데
-탄허스님-
종교를 믿는 것은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인데 그것을 부정하면 결국 자기 부정의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동양사상(東洋思想)의 견지에서 볼 때 종교는 종교를 믿으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의 주체성(主體性)인 다시 말하면 우주와 인생의 핵심인 그 밑바탕을 믿으라는 것입니다.
종교의 본지가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기타의 천당이니 지옥이니 하는 문제는 “유치원 학생을 지도하는 것”과 같은 방법입니다.
우주의 주체가 무엇인지 세상 사람들은 모릅니다.
우주의 주체는 우주가 아닙니다.
우주의 주체는 우주가 아니라 우리의 정신입니다.
우리의 정신은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바로 시공(時空)이 끊어진 자리이지요.
왜 시공(時空)이 끊어졌느냐? 과거의 생각은 이미 멸(滅)했고 미래의 생각은 아직 오지 않았으며, 현재의 생각은 머무는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시공(時空)이 끊어진 이 정신(마음)이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지요.
예를 하나 들어봅시다.
간밤 꿈에 일점(一點)도 안 되는 공간 위에 누워 있는 육신(肉身)이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에 수 만리를 거닐면서 70~80년을 삽니다.
꿈속에서 보는 우주가 현실과 다른 것이겠습니까? 여전히 산은 높고 물은 깊습니다.
불은 뜨겁고 물은 찹니다.
따라서 현실에서 보는 우주가 진(眞)이라면 꿈속에서 보는 우주도 진(眞)일 것이고, 꿈속에서 보는 우주가 헛것이라면 현실에서 보는 우주도 헛것일 것입니다.
우리는 꿈속에서 보는 우주는 헛것이고 현실에서 보는 우주만을 진(眞)으로 여기기 때문에, 1백년도 못사는 몸으로 한없는 망상(妄想)을 좇아 내일 공동묘지에 갈지라도 오늘 부귀공명(富貴功名)을 누렸으면 합니다.
이렇게 집착하고 매달리는 것이 범부(凡夫)가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