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누가 두고 갔나 문 앞에 놓여 있는 국화 한 다발 잠자는 이 깰세라 가만히 탁자 위에 올려두네. 바깥은 때 이르게 싸락눈 내리고 밤내 기다리던 손님 맞듯 발끝으로 다가서는 진한 꽃향기 어둠 속에 혼자 서서 눈감아보면 보낸 이의 아픈 마음 지울 수 없네. 가을에 아름다운 사람 문득 누군가 그리울 때 아니면 혼자서 하염없이 길 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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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모음
깃발 깃발을 뜯어먹으려고 가까이 다가갔다가 바람은 깃발한테 붙잡혔다 깃발은 손아귀로 바람을 움켜쥐었다가 폈다 하면서 또 못된 짓 할래, 안 할래 자꾸 묻는다 고등어 좌판대 위에 누운 생선들 중에 고등어 몸통이 제일 통통하다 침투하려고 했니? 표류하고 있었니? 그물에 걸린 잠수정같이…… 고등어, 너에게도 조국이 있었으리 관계 화들화들 꽃 피기 시작하는 저 살구나무와 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