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무덤

김인자

낮고 낮은 집이다

큰산 품에 작은 산 하나

오랜 침묵 뒤

바닥에 등을 기댄 따뜻한 누옥

한 때는 푸르고 환했을 몸의 기억들

얼마나 깊은 옥신거림을 견디고서야

저토록 낮아질 수 있었던 것일까

설령 누군가 등을 떠밀었다 할지라도

이제 고통이나 외로움 따윈 찾아볼 수 없다

저 외로운 시간의 산

저렇게 뭉긋해지다

결국 조용한 사색처럼

지하에 자신을 두게 되리라는 것을

애초 자신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허락된 시간일지라도 때가 되면

그 무엇도 허된 건 없다는 말은

믿을 수 없다

보라 저기

산 하나 편편해지는 일

저렇게 아무 일도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