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희망

그대 때문에 사는데

그대를 떠나라 한다.

별이 별에게 속삭이는 소리로

내게 오는 그대를

꽃이 꽃에 닿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대를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고

사람들은 내게 이른다.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돌아섰듯이

알맞은 시기에 그대를 떠나라 한다.

그대가 있어서

소리없는 기쁨이 어둠속 촛불처럼

수십개의 눈을 뜨고 손 흔드는데

차디찬 겨울 감옥 마룻장 같은 세상에

오랫동안 그곳을 지켜온

한장의 얇은 모포 같은 그대가 있어서

아직도 그대에게 쓰는 편지 멈추지 않는데

아직도 내가 그대곁을 맴도는 것은

세상을 너무 모르기 때문이라 한다.

사람사는 동네와 그 두터운 벽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 한다

모든 아궁이가 스스로 불씨를 꺼 버린 방에 앉아

재마저 식은 질화로를 끌어안고

따뜻한 온돌을 추억하는 일이라 한다

매일 만난다 해도 다 못만나는 그대를

생에 오직 한번만 만나도 다 만나는 그대를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벚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