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모음

깃발 깃발을 뜯어먹으려고 가까이 다가갔다가 바람은 깃발한테 붙잡혔다 깃발은 손아귀로 바람을 움켜쥐었다가 폈다 하면서 또 못된 짓 할래, 안 할래 자꾸 묻는다 고등어 좌판대 위에 누운 생선들 중에 고등어 몸통이 제일 통통하다 침투하려고 했니? 표류하고 있었니? 그물에 걸린 잠수정같이…… 고등어, 너에게도 조국이 있었으리 관계 화들화들 꽃 피기 시작하는 저 살구나무와 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