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인생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 산의 모습을 모며

창밖 오동나뭇잎 부딪치는 소리를 듣는

이 가을에 외롭지 않고

쓸쓸하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으랴

가을밤,텅빈 넓은 하늘에 뜬 달을 올려다보며

인생을 되돌아보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으랴

바람이 불고 감잎이 마당에 뒹구는 소리에

잠자리를 뒤척이지 않을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

그렇게 뒤척이며 지샌 아침,

산은 어제보다 더욱 붉고 곱다.

가을은

가을은 그렇게 깊어가면서

사람들과 함께 만산을 붉게 불들이는 것이다

약이 없는 병

약이 없는 병

김용택

그리움이, 사랑이 찬란하다면

나는 지금 그 빛나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아파서 못 견디는 그 병은

약이 없는 병이어서

병중에 제일 몹쓸 병이더이다

그 병으로 내 길에

해가 떴다가 지고

달과 별이 떴다가 지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수없이 돌아흐르며

내 병은 깊어졌습니다

아무리 그 병이 깊어져도

그대에게 이르지 못할 병이라면

이제 나는 차라리 그 병으로

내가 죽어져서

아, 물처럼 바람처럼

그대 곁에 흐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