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없는 병

약이 없는 병

김용택

그리움이, 사랑이 찬란하다면

나는 지금 그 빛나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아파서 못 견디는 그 병은

약이 없는 병이어서

병중에 제일 몹쓸 병이더이다

그 병으로 내 길에

해가 떴다가 지고

달과 별이 떴다가 지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수없이 돌아흐르며

내 병은 깊어졌습니다

아무리 그 병이 깊어져도

그대에게 이르지 못할 병이라면

이제 나는 차라리 그 병으로

내가 죽어져서

아, 물처럼 바람처럼

그대 곁에 흐르고 싶어요

댓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