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그냥 지나요

봄이 그냥 지나요

김용택

올 봄에도

당신 마음 여기 와 있어요

여기 이렇게 내 다니는 길가에 꽃들 피어나니

내 마음도 지금쯤

당신 발길 닿고 눈길 가는 데 꽃 피어날 거예요

생각해 보면 마음이 서로 곁에 가 있으니

서로 외롭지 않을 것 같아도

우린 서로

꽃보면 쓸쓸하고

달보면 외롭고

저 산 저 새 울면

밤새워 뒤척여져요

마음이 가게 되면 몸이 가게 되고

마음이 안 가더래도

몸이 가게 되면 마음도 따라가는데

마음만 서로에게 가서

꽃 피어나 그대인 듯 꽃 본다지만

나오는 한숨은 어쩔 수 없어요

당신도 꽃산 하나 갖고 있고

나도 꽃산 하나 갖고 있지만

그 꽃산 철조망 두른 채

꽃 피었다가

꽃잎만 떨어져 짓밟히며

새 봄이 그냥 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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