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야 날이 저문다

누이야 날이 저문다

김용택

누이야 날이 저문다

저 물을 따라가며

소리 없이 저물어 가는 강물을 바라보아라

풀꽃 한 송이가 쓸쓸히 웃으며

배고픈 마음을 기대오리라

그러면 다정히 내려다보며, 오 너는 눈이 젖어 있구나

배가 고파

바람 때문이야

바람이 없는데?

아냐, 우린 바람을 생각했어

해는 지는데 건너지 못할 강물은 넓어져

오빠는 또 거기서 머리 흔들며 잦아지는구나

아마 선명한 무명 꽃으로

피를 토하며, 토한 피 물에 어린다

누이야 저 물의 끝은 언제나 물가였다

배고픈 허기로 저문 물을 바라보면 안다

밥으로 배 채워지지 않은 우리들의 멀고 먼 허기를

누이야

가문 가슴 같은 강물에 풀꽃 몇 송이를 띄우고

나는 어둑어둑 돌아간다

밤이 저렇게 넉넉하게 오는데

부릴 수 없는 잠을 지고

누이야, 잠 없는 밤이 그렇게 날마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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