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그냥 지나요

봄이 그냥 지나요

김용택

올 봄에도

당신 마음 여기 와 있어요

여기 이렇게 내 다니는 길가에 꽃들 피어나니

내 마음도 지금쯤

당신 발길 닿고 눈길 가는 데 꽃 피어날 거예요

생각해 보면 마음이 서로 곁에 가 있으니

서로 외롭지 않을 것 같아도

우린 서로

꽃보면 쓸쓸하고

달보면 외롭고

저 산 저 새 울면

밤새워 뒤척여져요

마음이 가게 되면 몸이 가게 되고

마음이 안 가더래도

몸이 가게 되면 마음도 따라가는데

마음만 서로에게 가서

꽃 피어나 그대인 듯 꽃 본다지만

나오는 한숨은 어쩔 수 없어요

당신도 꽃산 하나 갖고 있고

나도 꽃산 하나 갖고 있지만

그 꽃산 철조망 두른 채

꽃 피었다가

꽃잎만 떨어져 짓밟히며

새 봄이 그냥 가고 있어요.

봄비

봄비

내 가슴에 묻혔던 내 모습은

그대 보고 싶은 눈물로 살아나고

그대 모습 보입니다

내 가슴에 메말랐던

더운 피는 그대 생각으로

이제 다시 붉게 흐르고

내 가슴에

길 막혔던 강물은

그대에게 가는

길을 찾았습니다

아,

내 눈에 메말랐던

내 눈물이 흘러

내 죽은 살에 씻기며

그대

푸른 모습,

언 땅을 뚫고 솟아나는 모습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