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불입니다

내가 불입니다

김용택

언젠가 부터

당신을 향해 타오르는 사랑의 불을

나는 물로 끌수 있을지 알았습니다

불길이 목울대를 넘나들 땐

한 방울의 물을 찾아

천지를 헤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 불길은 갈증을 넘어서 버렸습니다

어느덧

물로 끌 수 없는

큰 불길에 싸여 있는 내 가여운 영혼

한 방울의 물을 찾아

천지를 헤매고도 남을

이 영혼을 당신은 아시기나 한지요

아,

그냥 두지요

재가 되도록 타게 그냥 두지요

불은 타올라야 합니다

타오르는 불에

몇 방울의 물은 물이 아닙니다

그도 따라 뜨거운 불입니다

아,

당신을 향해 타오르는

이 불길로 내가 다 타겠습니다

내가 불이 되겠습니다

나를 잊지 말아요

나를 잊지 말아요

김용택

지금은 괴로워도 날 잊지 말아요.

서리 내린 가을날

물 넘친 징검다리를 건너던

내 빨간 맨발을

잊지 말아요.

지금은 괴로워도 날 잊지 말아요.

달 뜬 밤, 산들바람 부는

느티나무 아래 앉아

강물을 보던 그 밤을

잊지 말이요.

내 귀를 잡던 따스한 손길,

그대 온기 식지 않았답니다.

나를 잊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