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저 새는 날지 않고 울지 않고 내내 움직일 줄 모른다.
상처가 매우 깊은 모양이다.
아시지의 성(聖)프란시스코는
새들에게 은총 설교를 했다지만
저 새는 그저 아프기만 한 모양이다.
수백 년 전 그날
그 벌판의 일몰(日沒)과 백야(白夜)는
오늘 이 땅 위에 눈을 내리게 하는데
눈이 내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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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저 새는 날지 않고 울지 않고 내내 움직일 줄 모른다.
상처가 매우 깊은 모양이다.
아시지의 성(聖)프란시스코는
새들에게 은총 설교를 했다지만
저 새는 그저 아프기만 한 모양이다.
수백 년 전 그날
그 벌판의 일몰(日沒)과 백야(白夜)는
오늘 이 땅 위에 눈을 내리게 하는데
눈이 내리는데……
새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