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2

저 새는 날지 않고 울지 않고 내내 움직일 줄 모른다.

상처가 매우 깊은 모양이다.

아시지의 성(聖)프란시스코는

새들에게 은총 설교를 했다지만

저 새는 그저 아프기만 한 모양이다.

수백 년 전 그날

그 벌판의 일몰(日沒)과 백야(白夜)는

오늘 이 땅 위에 눈을 내리게 하는데

눈이 내리는데……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