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별빛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사랑은 고통입니다..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던 것들을 우리 손으로 허물기를 몇 번,

육신을 지탱하는 일 때문에 어둠 속에서 울부짖으며 뉘우쳤던 허물들을

또다시 되풀이하는 연약한 인간이기를 몇 번,

바위 위에서 흔들리는 대추나무 그림자 같은 우리의 심사와 불어오는

바람같은 깨끗한 별빛 사이에서 가난한 봄들을 끌고 가기 위해 많은

날들을 고통 속에서 아파하는 일입니다..

사랑은 건널 수 없는 강을 서로의 사이에 흐르게 하거나 가라지풀 가득한

돌자갈밭을 그 앞에 놓아두고 끊임없이 피 흘리게 합니다..

풀잎하나가 스쳐도 살을 베히고

돌 하나를 밟아도 맨살이 갈라지는 거친 벌판을 우리 손으로 마르지 않게

적시며 적시며 가는 길입니다.

그러나 사랑 때문에 깨끗이 괴로워해본 사람은 압니다.

수없이 제 눈물로 제 살을 씻으며 맑은 아픔을 가져보았던 사람은 압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고통까지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것들을 피하지 않고 간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서로 살며 사랑하는 일도 그렇고 우리가 이 세상을 사랑하는

일도 그러합니다.

사랑은 우리가 우리 몸으로 선택한 고통입니다.

폭설

폭설

때묻은 내 마음의 돌담과 바람뿐인

삶의 빈 벌판 쓸쓸한 가지를 분지를 듯

눈은 쌓였어요

길을 내려 나갔지오

누군가 이 길을 걸어오기라도 할 것처럼

내게 오는 길을 쓸러 나갔지요

손님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먼지를 털고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던 내 가슴 속

빈방을 새로 닦기도 했어요

내가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내 사랑 누군가에게 화살처럼 날아가 꽂히기보다는

소리없이 내려서 두텁게 쌓이는 눈과 같으리라 느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