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어느 날

해질 무렵 어느 날

꽃 지고 난 뒤

바람 속에 홀로 서서

씨를 키우고

씨를 날리는 꽃나무의 빈집

쓸쓸해도 자유로운

그 고요한 웃음으로

평호로운 빈 손으로

나도 모든 이에게

살뜰한 정 나누어 주고

그 열매 익기 전에

떠날 수 있을까

만남보다

빨리오는 이별앞에

삶은 가끔 눈물겨워도

아름다웠다고 고백하는

해질 무렵 어느날

애틋하게 물드는

내 가슴의 노을빛 빈집

해바라기 연가

해바라기 연가

내 생애가 한 번 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

나의 임금이여!

폭포처럼 쏟아지는

그리움에 목메어 죽을 것만

같은 열병을 앓습니다.

당신 아닌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내 불치의 병은 사랑

이 가슴에서 올올이 뽑는

고운실로 당신의 비단옷을

짜겠습니다.

빛나던 얼굴 눈부시어 고개 숙이면

속으로 타서 익는 까만 꽃씨

당신께 바치는 나의 언어들

이미 하나인 우리가 더욱 하나될

날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드릴 것은 상처뿐이어도

어둠에 숨지지 않고

섬겨 살기 원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