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다시 떠나는 날

다시 떠나는 날

깊은 물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물고기처럼

험한 기슭에 꽃 피우길 무서워하지 않는 꽃처럼

길 떠나면 산맥 앞에서도 날개짓 멈추지 않는 새들처럼

그대 절망케 한 것들을 두려워 하지만은 않기로

꼼짝 않는 저 절벽에 강한 웃음 하나 던져 두기로

산맥 앞에서도 바람 앞에서도 끝내 멈추지 않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