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금요일의 기도

성 금요일의 기도

오늘은 가장 깊고 낮은 목소리로

당신을 부르게 해 주소서

더 많은 이들을 위해

당신을 떠나 보내야 했던

마리아의 비통한 가슴에 꽂힌

한 자루의 어둠으로 흐느끼게 하소서

배신의 죄를 슬피 울던

베드로의 절절한 통곡처럼

나도 당신 앞에

겸허한 어둠으로 엎드리게 하소서

죽음의 쓴잔을 마셔

죽음보다 강해진 사랑의 주인이여

당신을 닮지 않고는

내가 감히 사랑한다고

뽐내지 말게 하소서

당신을 사랑했기에

더 깊이 절망했던 이들과 함께

오늘은 돌무덤에 갇힌

한 점 칙칙한 어둠이게 하소서

빛이신 당신과 함께 잠들어

당신과 함께 태어날

한 점 눈부신 어둠이게 하소서

삶과 시

삶과 시

시를 쓸 때는

아까운 말들도

곧잘 버리면서

삶에선 작은 것도

버리지 못하는

나의 욕심이

부끄럽다

열매를 위해

꽃자리를 비우는

한 그루 나무처럼

아파도 아름답게

마음을 넓히며

열매를 맺어야 하리

종이에 적지 않아도

나의 삶이

내 안에서

시로 익어가는 소리를 듣는

맑은 날이 온다면

나는 비로소

살아 있는 시인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