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빗장

김용택

내 마음이

당신을 향해

언제 열렸는지

시립기만 합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논둑 길을 마구 달려보지만

내 달아도 내달아도

속 떨림은 멈추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시도 때도 없이

곳곳에서 떠올라

비켜주지 않는 당신 얼굴 때문에

어쩔 줄 모르겠어요

무얼 잡은 손이 마구 떨리고

시방 당신 생각으로

먼 산이 다가오며 어지럽습니다

밤이면 밤마다

당신을 향해 열린

마음을 닫아보려고

찬바람 속으로 나가지만

빗장 걸지 못하고

시린 바람만 가득 안고

돌아옵니다.

봄이 그냥 지나요

봄이 그냥 지나요

김용택

올 봄에도

당신 마음 여기 와 있어요

여기 이렇게 내 다니는 길가에 꽃들 피어나니

내 마음도 지금쯤

당신 발길 닿고 눈길 가는 데 꽃 피어날 거예요

생각해 보면 마음이 서로 곁에 가 있으니

서로 외롭지 않을 것 같아도

우린 서로

꽃보면 쓸쓸하고

달보면 외롭고

저 산 저 새 울면

밤새워 뒤척여져요

마음이 가게 되면 몸이 가게 되고

마음이 안 가더래도

몸이 가게 되면 마음도 따라가는데

마음만 서로에게 가서

꽃 피어나 그대인 듯 꽃 본다지만

나오는 한숨은 어쩔 수 없어요

당신도 꽃산 하나 갖고 있고

나도 꽃산 하나 갖고 있지만

그 꽃산 철조망 두른 채

꽃 피었다가

꽃잎만 떨어져 짓밟히며

새 봄이 그냥 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