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도 몸무게를 잴 수 있을까

경기도 일산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열린 ‘2010 대한민국 과학축전’이 지난 8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다양한 프로그램 중 우주의 각 행성에서 몸무게를 재보는 체험프로그램은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몸무게 100kg인 사람이 화성에서 몸무게를 재면 38kg으로 가벼워진다.

하지만 이 사람이 태양에서 몸무게를 재면 무려 2800kg로 껑충 뛴다.

이렇게 우주의 각 천체별로 몸무게가 다른 까닭은 천체마다 표면중력이 다르기 때문이다.(화성의 표면중력은 지구의 0.38배, 태양의 중력은 지구의 28배다.) 그렇다면, 무중력 상태로 알려진 우주에서도 몸무게를 잴 수 있을까?

정답은 ‘잴 수 있다’.

중력이 없는 우주공간에서 일반 저울로 무게를 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미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우주저울을 사용하면 가능해진다.

이 우주저울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T자 모양의 판에 우주인이 올라타면, 저울이 미리 정해진 힘으로 살짝 튕겨낸다.

이때 우주인이 튕겨 나가는 가속도가 측정되고, 이 값들을 뉴턴의 제2법칙인 F=ma(F: 힘, m: 질량, a: 가속도)에 대입하면 무게 계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속도를 측정할 때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몸무게도 1~2%의 오차가 생긴다.

정교한 과학실험이 이뤄지는 우주에서 정확한 무게를 측정하는 일은 중요하다.

이 같은 이유로 과학자들은 우주저울의 오차율을 줄이기 위해 연구를 계속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기혁 박사팀이 2003년부터 미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아 우주저울을 개발해 2007년 선보였다.

이렇게 탄생한 한국형 우주저울은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2008년 4월 국제우주정거장으로 가져가 성능을 실험했다.

한국형 우주저울은 얼핏 NASA의 우주저울과 비슷하지만, 작동 원리는 조금 다르다.

우선 질량을 아는 기준 물체와 무게를 재려는 물체를 각각 다른 ‘무게감지 센서(로드셀)’ 판 위에 올려놓은 후, 두 물체를 같은 힘으로 동시에 튕긴다.

이때 각 물체의 관성이 다르기 때문에 두 물체의 반작용이 센서 판에 다르게 작용한다.

이 두 값을 비교하면 측정하려는 물체의 무게를 알 수 있다.

이 저울은 가속도를 측정할 필요 없이 무게감지 센서를 통해 반작용 힘을 전기적으로 측정하기 때문에 오차율이 적다.

이 우주저울의 오차율은 0.25%로, 기존 NASA 우주저울에 비해 정밀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오차율을 줄이기 위한 우주저울의 연구는 계속되어, 지난달 7월 일본 홋카이도 대학에서 우주저울을 테스트한 이후 현재는 결과를 분석하는 중이며, 연구팀은 우주저울의 정확도가 2배가량 향상됐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저울은 시료의 무게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사람의 몸무게를 재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계속해서 연구한다면 인간의 몸무게까지도 정밀하게 잴 수 있는 우주저울도 개발되지 않을까?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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