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갑
가수들과 상의해 25곡쯤으로 추렸어요. 노래도 가수 당 1.5곡씩만 부르게 했고요.
가요계 풍토에서 쉬운 일이 아닌데 이렇게 헌정공연을 마련해준 후배들이 너무 고맙다. 이번 공연으로 음악인생의 보람을 느끼게 됐다.
나 때문에 다들 분주해져 송구할 따름이다.
난 아직도 50대 초반 같은데 벌써 50년이나 됐다니 어안이 벙벙합니다. 그냥 넘어가자는데 후배들이 가만두질 않네요. 허허.
마음 같아선 서너곡 하고 싶었는데, 무대에 서겠다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최대한 줄였어요. 공연이 길어지면 지루하잖우.
벌써 50년이라지만 음악에 빠져 사느라 돌이켜볼 겨를도 없었어요. 지금도 젊을 때랑 똑같이 작품생활 하고 있는데 내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됐나 싶어 실감이 안 갑니다. 지난 세월이 꼭 하룻밤에 꾼 꿈 같아요.
사실 저는 별로 준비할 게 없어요. 요즘 저하고 같이 앨범을 만들고 있는 인드라 스님과 함께 무대에 올라 기타 연주 한 곡 하고, 사회자 유 열씨와 간단하게 인터뷰하는 게 전부죠.
오히려 크게 히트한 옛날 곡들보다 지금 앨범을 준비하며 작곡하고 있는 곡들이 훨씬 더 애착이 간다
제 손을 떠난 곡들은 더 이상 제 곡이 아니에요. 듣는 분들의 것이죠. 창작하는 사람이 거기에 미련을 가지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