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옥
鄭夢憲의 웃는 얼굴이 신문에 난 것을 보고 연민을 느꼈습니다. 陸路관광이든 海路관광이든 北에서 시혜를 베풀면 길이 열리고 北이 수틀리면 닫아 버리는 길이 아닙니까. 그런 속셈에 이용당하고 있으면서도 철없이 웃다니 한심하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당신은 한국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우리 민족의 자존심은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습니다. 모르긴 하지만 당분간 노벨상위원회는 한국인에게 이 상을 수여하기를 내켜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보기에 대통령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 유형은 대통령 되는 것 자체가 목표인 사람이고, 다른 한 가지 유형은 대통령이 되어서 그 직위와 직책에 어울리게 국가 민족의 복리와 미래 발전을 위해 뭔가를 실제로 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前者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단 한 명의 自國 국민이라도 敵國에 억류되어 있으면 모든 국력을 다하여 구출하려고 애쓰는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오늘의 대한민국 정부는 정부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당신과 당신의 추종자들은 금강산의 제한된 구역에 줄을 그어놓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관광과, 막대한 뒷돈을 주고 이루어지는 신문·방송의 평양 취재와, 엄청난 규모의 쌀과 비료를 선적한 이후에야 겨우 한 번씩 허용되는 이산가족 찾기 이벤트 등을 두고 「남북화해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이라고 선전하고 싶을 것입니다.
당신과 당신의 추종자들은 은밀한 뒷거래로 소위 평화를 사려고 했습니다. 더 이상 어떤 변명이나 그 유명한 궤변으로도 이 사실을 덮을 수는 없습니다. 당신들은 아주 큰 실수를 했습니다. 평화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아주 기본적인 상식을 도외시한 잘못이 그것입니다.
당신과 아주 가까운 원로 정치인 한 사람은 사석에서 『DJ는 대통령과 노벨상이 평생의 꿈이었다. 이 두 가지를 위해서는 목숨까지 버릴 각오가 돼 있었고, 실제로 그는 목숨 이외의 모든 것을 버렸다』고 말했습니다.
당신뿐만 아니라 한국인들 모두가 일종의 노벨상 콤플렉스에 걸려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지구촌의 한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누려 보지 못한 유일한 것이 노벨상 수상이었습니다.
당신에 비하면 나와 나의 아내 최은희의 예술가적 삶의 뿌리를 뽑아버렸던 독재자 朴正熙 대통령은 그래도 이 시대 국가의 지도자로서 良識과 품성을 갖춘 인물로 새삼 그리워질 정도입니다.
당신은 노벨상만 받으면 가만히 있어도 이 세상 모든 사람들로부터 식을 줄 모르는 존경의 대상이 되는 줄로 착각했던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당신은 대통령이 되면 야당 시절 잃어버렸던 세월의 고통을 충분히 보상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 확실하며, 대통령이 된 후에는 노벨상만 받으면 그 과정상의 문제는 물론이고 정치적 무능과 불법, 탈법적 통치행위까지도 우리 국민과 세계가 무조건 다 용납할 것이라고 과대망상하고 기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신의 「햇볕」은 햇볕이 아니라 사이비 조명임이 분명합니다.
당신의 추종자들이 북한을 몰래 왕래하면서 그쪽이 자랑하는 만수대 혁명박물관을 관람했을 것이고, 저들이 땀 흘려 만든 역사책 「조선전사」를 읽어 보았을 것이며, 북한 땅 곳곳에 가는 곳마다 세워 놓은 수만 개의 동상을 눈으로 확인했을 것입니다. 그러고도 6·15 남북성명이라는 것을 만들어 서명했다면 그것은 남쪽 국민들에 대한 기만이자 민족의 역사에 대한 씻을 수 없는 죄악입니다.
당신이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北의 金正日과 포옹하고 밀담을 나눌 때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그 어색한 연극의 무대 뒤에 뭔가가 있다는 심증을 지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돈이란 것은 아주 더럽고 치사한 것입니다. 주고도 욕을 먹는 것이 돈의 속성이기도 합니다. 거지에게 1000원씩 주다가 어느 날 500원을 주면 욕을 먹습니다.
뒷돈으로 頂上회담을 사고, 그렇게 하여 얻어낸 거짓 평화의 공적으로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자 『金正日 위원장이 함께 수상하지 못해 서운하다』고 말한 당신들 두 사람(당신과 金正日)의 의기투합은 3류 만화영화의 소재로 적격입니다.
미국 사람들이 한국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이유 중의 하나가 탈북 동포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입니다. 30만 명에 가까운 탈북자들이 만주 벌판과 중국 천지를 떠돌면서 매일매일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마땅합니다.
미국이 베트남의 오랜 역사의 자주 독립 의지를 잘 몰라 실패했듯이 오늘날 북한은 미국의 가치관과 세계전략을 잘 몰라 망할 것입니다. 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방식으로 북한은 흥정과 도박판을 벌이고 있습니다. 더욱 우스운 것은 북한이 벌여 놓은 그 도박판에 당신이 끼어들어 중재를 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마음씨 좋은 엉클 샘이 아닙니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비정한 나라입니다. 미국과 미국민은 거짓말을 가장 싫어합니다. 약속을 뒤집고 뒤통수를 치면서 떼를 쓰는 독재자의 허장성세를 가장 증오합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자기 국민들을 굶주림으로 내몰면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정권을 지원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미안한 얘기지만 당신은 이 시대 지도자로서의 품성과 자질을 전혀 갖추지 못한 「대통령병 환자」 또는 단순한 「투사」였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들고 미국과 대치하는 것은 그 핵무기를 미국으로 쏘겠다는 것이 아니라(북한의 핵탄두는 절대로 미국으로 날아갈 수 없습니다) 유사시에 남한을 겨냥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재라니요? 그렇게 한가합니까?
아마도 당신이 노벨상 수상자였다는 사실을 세계인은 가능한 한 빨리 잊으려 할 것입니다
우리 외교는 더 이상 국제 사회에서 발을 붙이기 어렵게 됐고, 우방에 대한 신의는 땅에 떨어졌으며, 한국인이 콩으로 메주 쑨다 해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됐습니다. 이 모든 것이 「준비된 대통령」이라던 당신의 업적입니다.
우리는 당신이 거짓투성이의 남루한 옷을 걸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솔직하게 모든 것을 한 점 의혹도 없이 밝혀서 이후의 역사가 제대로 순항하도록 길을 닦아 준다면 우리는 오랫동안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우상숭배만 없었다면 그냥 거기(북한) 있었을지도 몰라요. 동유럽 같은 공산주의였다면…. 헝가리 같은 데는 그때도 영화 찍기 좋았으니까.
원래 하나의 거짓말은 그것을 숨기려 하다가 여러 개의 새로운 거짓말을 낳습니다.
이 업적들을 그냥 보따리에 싸들고 돌아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일생 단 한 번만이라도 솔직해져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국민과 세계를 향하여 사죄할 것은 사죄하여 국가의 위신을 회복케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당신이 5년간 햇볕을 쪼인 뒤 북한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들은 그 사이에도 핵무기를 개발했고, 남한 사회를 안으로부터 흔들어 놓았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사이를 파고들어 틈을 벌려 놓았고, 남한內 일부 사람들이 『북한에 핵무기가 있으면 어떠냐. 통일 되면 우리 것이 되는 것 아니냐』는 순진하고도 천치 같은 이야기를 태연하게 하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전쟁의 가능성은 소멸되거나 완화된 것이 아니라 더 커졌습니다. 이것이 햇볕의 진정한 공로입니다. 당신이 원했던 것이 이것이었습니까?
정권적 차원의 일과 국가적 차원의 일을 구분할 줄 알고,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이 서 있어야 한 나라의 대통령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햇볕이 아니었으면 남북한 간에 당장 무슨 사단이 났을 텐데 햇볕으로 전쟁의 원인을 녹였다는 것이지요.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당신의 햇볕이 없을 때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