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1947년, 인간이 처음으로 소리의 속도에 도달했을 때, 마치 천둥이 치는 듯한 커다란 굉음이 들렸다.
이 소리의 정체는 음속을 돌파할 때 나는 ‘소닉붐(sonic boom)’이다.
이후, 소닉붐은 초음속 비행기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에어쇼에서 종종 재현되기도 했다.
‘소닉붐’은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발생하는 일종의 ‘충격파’다.
비행기가 날면 비행기 주변의 공기가 밀려나면서 압력차이가 생기고, 이에 따른 파동도 생긴다.
이 파동은 소리의 속도로 퍼지는데, 비행기가 음속으로 빠르게 날게되면 비행기의 앞쪽에는 파동이 뭉쳐진 여러개의 덩어리가 발생한다.
이렇게 파동이 뭉쳐있는 부분을 비행기가 통과할때, 강한 충격파가 발생하면서 바로 ‘소닉붐’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대개 초음속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폭발음이 2번 들리는데, 이는 비행기의 뾰족한 앞부분과 꼬리날개부분에서 발생한다.
음속 돌파의 축하폭죽처럼 여겼던 ‘소닉붐’은 1969년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개발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하늘을 날면서 문제가 됐다.
콩코드가 하늘을 날면 소닉붐 때문에 인근 건물의 창문이 깨지고 큰 소음이 발생한 것이다.
2000년에는 3년 전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날려 보낸 비둘기 3만마리가 소닉붐의 폭발음 때문에 길을 잃고 사라졌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결국 콩코드는 ‘소닉붐’을 만들어 낸다는 이유로 운항이 중단됐고, 소음이 적은 초음속 제트기 개발이 시작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함께 큰 소음을 내지 않는 소형 여객기 크기의 ‘저소음 초음속 비행기 개발계획’(QSP)을 세웠다.
2003년, 미국 해군의 F-5E 비행기는 음속의 1.36배 속도로 날면서도 소닉붐을 발생시키지 않았다.
이 비행기는 다른 비행기와 모양이 달랐다.
비행기의 ‘코’에 해당하는 앞부분이 뾰족하지 않고 뭉툭했다.
바로 뾰족한 곳에서 소닉붐이 발생한다는것을 알아차린 과학자들이 비행기의 뾰족한 부분을 뭉툭하게 만든 것이다.
NASA가 이 비행기의 소닉붐을 측정한 결과, 소음은 뾰족했던 기존 형태에서 3분의 1 정도로 감소했다.
미국 항공기 회사인 록히드 마틴사는 비행기 코를 뭉툭하게 만들고 작은 날개를 달아 충격파가 흩어지게 하는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작은 날개는 비행기의 양력을 높여 연료를 절약하는 효과도 있다.
영국 에어로스페이스사는 꼬리날개에서 발생하는 소닉붐을 줄이기 위해 날개가 이중으로 달린 쌍발기처럼 뒷부분에 and모양의 날개를 덧대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NASA와 함께 저소음 초음속 비행기를 만드는 노드롭 그루먼사는 비행기 앞머리에 장착해 소닉붐을 감소시키는 ‘코 장갑’(nose glove)을 개발하기도 했다.
코 장갑은 펠리컨 부리 모양처럼 생겨 비행기 앞부분에 낄 수 있다.
또 날개와 동체가 만나는 부분에 덧대는 알루미늄 재질의 구조물도 있다.
소닉붐은 비행기 앞이나 조종석, 날개, 기체 후방 같이 튀어나온 부분에서 주로 생성되기 때문에 구조물을 덧대면 연결부위의 뾰족함이 적어진다.
저소음 초음속 비행기는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 부호나 기업에게 자가용제트기를 만들어주는 걸프스트림사는 2009년까지 소형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할 계획이고, 러시아 항공기 회사인 수호이사도 2010년에 초음속 여객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항공기를 개발하는 회사 외에도 개인용 제트기를 임대하거나 판매하는 넷제트사는 저소음 초음속 제트기가 개발되는 대로 구입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빠른 속도를 원하는 승객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사라진 쌍발기가 다시 나타나고, 저항을 줄이기 위해 뾰족해진 비행기 코가 다시 뭉툭해지고, 개발이 중단되었던 초음속 여객기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새로운 모습의 비행기를 만나게 될까? 소리의 속도를 넘어 빛의 속도로 하늘을 날게 되진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