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테리아

히스테리아

우리는 흔히 ‘히스테리를 부린다’ 혹은 ‘노처녀 히스테리’ 등의 히스테리라는 말을 무심코 사용한다. 사실 이런 말들은 짜증이나 화를 잘 낸다든가 혹은 감정의 변화가 심하여 변덕스럽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특징은 히스테리오닉 성격장애(hystrionic personality disorder)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히스테리아의 개념은 그 옛날 ‘히포크라테스’가 히스테리성 증세를 언급할 정도로 오래된 것으로 ‘자궁’이란 뜻의 그리이스어인 히스테리아라는 용어로부터 나왔다. 당시에는 여성의 몸 속에서 자궁이 떠돌아다니면서 증상을 일으킨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1859년 프랑스 의사인 Paul Briquet는 히스테리아의 증상을 신체적인 원인이 없는데도 갑자기 팔이 마비된다든지, 눈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극적인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로 정리하면서 히스테리아는 한동안 ‘Briquet 증후군’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 후 19세기 말 Frued는 히스테리아 연구를 통해 마음의 갈등이 이러한 증상을 설명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Freud가 언급한 ‘히스테리아’라는 용어는 사용되지 않고 있고 그 양상에 따라 갑작스러운 감각이나 근육기관의 마비를 주 증상으로 하는 ‘전환장애’와 특별한 신체적인 원인이 없는데도 여러 가지 불편한 신체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신체화장애’ 그리고 ‘히스트리오닉 성격장애’ 등으로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 때로는 남자의 경우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수도 있어 ‘히스테리아’라는 용어 대신에 ‘히스트리오닉 성격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머니와 아들, 그리고 아버지와 딸들과의 관계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좋은 것을 볼 수 있는데 히스테리아에서는 성장과정 특히 3,4세부터 6,7세까지의 에디푸스 기간에서의 아버지와 딸과의 관계에서의 마음의 갈등이 중요한 문제로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딸은 귀엽고 아름다운 여자아이의 역할을 하면서 아버지에게 호감을 가지려고 노력하게 된다. 아버지의 사랑을 얻으려는 과정에서 딸은 어머니와 일종의 경쟁자가 되어 때로 어머니를 무시하기도 하면서 어머니와의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은 아버지와의 지나친 사랑을 포기하고 어머니의 성숙된 여성성을 받아들이면서 양쪽 부모와의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무사히 이 성장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지 못한 경우 문제가 되어 아버지에게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으려는 무의식적인 욕구가 남아있게 되고 그래서 성숙한 어머니의 여성성을 가지는 대신에 미성숙된 여성성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를 Electra complex라고 하는데 크게 에디푸스 콤플렉스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런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어머니에 대해 가졌던 증오심이 잘 극복이 되지 않아 여자 친구를 사귀는데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고 때로는 아버지에 대한 동일화가 지나치게 많은 경우에는 남자같은 여자아이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동성애적인 경향을 가질 수도 있다.

히스트리오닉 성격장애를 가진 경우에는 충족되지 않은 사랑을 가지기 위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끊임없는 관심을 계속 추구하게 되는데 미성숙된 자아와 미성숙된 여성성 때문에 귀엽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관심을 추구하게 된다. 하지만 항상 관심의 대상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때로는 사소한 일들에 실망하고 좌절하게 되고 고통을 겪게 된다. 그래서 관심의 대상이 될 때의 밝은 모습 이면에는 우울하고 공허함의 그림자가 항상 깔려있다. 관심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하게 되는데 자신의 외모나 매력적인 용모를 가꾸는데 지나치게 열중하게 된다. 또한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때로는 자신을 과장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을 조종하기도 한다. 추구하는 것이 관심이기 때문에 정작 성 자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성관계에는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가 남아 있어 죄책감을 느끼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회피하고 두려워하게 된다. 처음에는 매력적이어서 남자들이 접근하기도 하지만 성적 행동 자체에는 관심이 없어 남자들이 섣불리 행동하다가는 뺨을 맞기 십상이다. 남자친구를 사귀기는 잘 사귀고 많이 사귀어도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사귀기는 힘들고 남자들이 관심을 주는 일에 이력이 나고 지치게 되면 멀어지고 떠나가게 된다. 또한 여자친구들과는 어머니와의 경쟁심이 무의식에 남아 있어 자신도 모르게 질투를 하고 경쟁적이 되어 관계가 불편해져서 지속적으로 사귀기가 힘들다. 이런 반복적인 대인관계의 양상은 다시 좌절과 상실감을 가져오게 하고 우울과 공허함 등의 고통스러운 감정에 괴로워하게 된다. 그 정도가 심하면 감각기관과 근육기관의 기능의 마비가 올 수 있고 아주 짧은 기간 현실 판단력이 떨어지는 정신병적인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런 불편함들 때문에 병원을 찾게 되는데 급성상태에서는 증상의 해소를 위해 필요한 경우 증상에 따라 적절한 약물치료를 할 수도 있고, 최면상태에서의 암시를 통해 증상의 소실과 기능의 회복 그리고 갈등의 심리적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급한 증상을 개선시키고 난 후에 보다 근원적인 치료로는 자신이 자신의 마음의 갈등을 이해하고 자신의 행동과 태도를 정확하게 알도록 해준다. 이렇게 자신을 마음의 상태와 환경과의 관계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이 정신치료이다. 스스로가 자기자신에 대해 정확하게 많이 알면 알수록 반복되는 대인관계에서의 좌절을 덜 경험할 수 있게 되고 스스로 겪는 불필요한 고통을 그만큼 줄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가진 경우에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꼭 가지게 되기를 바란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