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궁남지

부여 궁남지

최영철

겨울 깊어 바람이 서늘해지자

호수를 애워싼 수양버들

누울 자리 찾아 슬슬 가까이 내려왔다

호수를 따라 둥글게 모여선 가지들

한파가 닥치면 어서 발을 집어넣으려고

캐시밀론 담요를 깔아놓았다

서로 사우지 않으려고

저마다 대중해둔 그 담요는

정확한 일인용이다

지금 서둘지 않으면 이제 곧 바람이 와서

호수 전체를 얼음으로 덮을 것이다

수양버들은 그림자 속으로 들어와

단잠에 빠지려는 물의 지느러미를

자꾸만 흔들어 깨운다

잠들지 마 잠들지 마

벌써 저쯤에서는

곯아떨어진 물의 등을 밟고

얼음이 걸어오고 있다

슬금슬금

남의 집에 발을 찔러넣어보는 살얼음들

수양버들 그림자가 그 차가운 발목을

덮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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