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나무

가죽나무

나는 내가 부족한 나무라는 것을 안다.

어떤 가지는 구부러졌고

어떤 줄기는 비비꼬여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대들보로 쓰일 수도 없고

좋은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다만 보잘 것 없는 꽃이 피어도

그 꽃 보며 기뻐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도 기쁘고

내 그늘에 날개를 쉬러 오는 새 한 마리 있으면

편안한 자리를 내어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내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사람에게

그들의 요구를 다 채워 줄 수 없어

기대에 못 미치는 나무라고

돌아서서 비웃는 소리 들려도 조용히 웃는다.

이 숲의 다른 나무들에 비해 볼품이 없는 나무라는걸

내가 오래 전부터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 한 가운데를 두 팔로 헤치며

우렁차게 가지를 뻗는 나무들과 다를게 있다면

내가 본래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누군가 내 몸의 가지 하나라도

필요로 하는 이 있으면 기꺼이 팔 한 짝을

잘라줄 마음 자세는 언제나 가지고 산다.

나는 그저 가죽나무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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