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천리안이 일기예보를 하기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정지궤도복합위성인 천리안이 발사됐다.

앞으로 동경 128.2도, 적도 상공 약 36,000km 고도에서 기상관측을 수행할 고마운 위성이다.

그런데 천리안이 주는 기상관측 정보를 받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아리랑2호는 발사 후 바로 교신을 하고 촬영한 영상도 보내줬는데, 천리안은 왜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천리안이 정지궤도위성이기 때문이다.

정지궤도위성은 저궤도위성보다 60배 가량 높은 곳에 궤도가 있으므로 발사체만의 힘으로는 위성을 정지궤도까지 올려놓을 수 없다.

따라서 정지궤도 위성은 자체 엔진으로 임무를 수행할 위치까지 올라가야 하며, 발사 후 정상운영위치에 도착하기까지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지궤도위성이 발사되면 먼저 지구에서 가까운 지점(고도 약 250km)과 먼 지점(고도 약 36,000km)을 도는 타원궤도인 천이궤도(Transfer Orbit)에 들어간다.

그 후 액체원지점엔진(LAE : Liquid Apogee Engine)을 3번 정도 더 가동하여 정지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이렇게 발사 후에 정상궤도까지 들어가는 과정은 일반적으로 초기운용기간(LEOP : Launch and Early Operation Phase)이라고 부른다.

정확한 위치를 잡았다고 ‘천리안’이 바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의 7년간의 임무수행이 가능할지의 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한 ‘궤도상 시험(IOT : In-Orbit Test)’이 남아 있고, 궤도상 시험에는 약 6개월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궤도상 시험’은 지상에서 완벽하게 준비된 각종 시스템이라도 초기운용기간을 거치면서 예상치 못한 이상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모든 기능을 시험하고, 통신․해양․기상 탑재체들의 성능을 점검하는 것이다.

이 시험들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국가기상위성센터, 해양위성센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설치된 임무별 지상국에서 수행한다.

이 중 국가기상위성센터는 우리나라 최초로 기상위성의 관측 임무를 책임지게 된다.

정지궤도 기상위성의 가장 큰 특징은 밤낮 구분 없이 연속적으로 기상 상황을 관측하는 것이다.

따라서 천리안의 기상관측센서는 1개의 가시광선 영역의 관측채널과 4개의 적외선 영역의 관측채널을 함께 가지고 있다.

특히 적외선 채널을 이용하면 태양빛이 없는 야간에도 구름, 지면, 해수면 등의 복사에너지를 관측할 수 있다.

적외선 채널의 해상도는 가로 세로 길이가 4km인 공간을 점으로 표시하는 수준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천리안의 성능은 사람이 100m 앞에 있는 물체의 표면을 새끼손톱 크기로 조각내 각각의 온도를 1℃ 이내의 오차로 보는 정도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정밀한 관측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측용 센서가 깨끗해야 한다.

그래서 궤도상 시험 기간의 4분의 1에 달하는 한 달 반 정도의 기간이 혹시 발사과정에서 생겼을지도 모를 오염물질을 우주의 진공상태에서 제거하는 데 쓰인다.

실제로 위성이 성공적으로 발사돼도 한 동안 기상센서의 정상 관측시험은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다.

오염 물질을 제거한 다음에는 관측된 영상을 지표면상의 위도와 경도에 정확히 대응시키는 조정이 필요하다.

정지궤도 관측위성들은 높은 고도 때문에 궤도상에서 미세한 진동만 생겨도 관측되는 영상의 지상위치가 크게 달라진다.

가령 위성체나 관측센서가 0.1도 틀어졌다면, 지상에서 관측된 구름의 위치가 60km 이상 어긋나게 된다.

이는 서울 하늘에 떠 있는 소나기 구름이 평택이나 개성, 서해안 하늘에 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의 차이다.

이런 오차를 줄이기 위해 두세 달 가량의 검증과 수정과정을 거친다.

우리가 TV뉴스의 일기예보에서 무심코 보는 위성관측 구름영상은 외국의 기상위성 운영기관에서 만든 것이다.

천리안이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날이 오면 천리안 위성이 관측한 영상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국가기상위성센터에서 처리해 제공하게 된다.

1970년 기상청이 처음 미국의 ESSA위성 자료를 받은 지 40년 만에 기상위성 관측 분야에서 독립한다고 말할 수 있다.

기상위성을 운영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집중호우나 태풍과 같은 위험한 현상이 생길 때, 우리의 필요에 따라 한반도나 동아시아 지역을 더 자주 관측하게 됨을 의미한다.

30분마다 받는 일본 기상위성의 자료만으로는 한 시간 안에 비를 뿌리고 사라지는 여름철의 소나기를 효과적으로 감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천리안은 최소 두 배 이상의 관측 주기로 영상자료를 제공하기

똑똑한 무인기가 만드는 세상

지난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한국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 2007’(약칭 서울에어쇼2007) 전시장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끈 자그마한 모형이 하나 있었다.

언뜻 비행기처럼 생겼지만 날개 앞에 붙어있는 프로펠러가 계속 돌아가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걸 보면 헬기 같기도 하다.

앞면 패널에 있는 소개 글에 따르면 이 프로펠러는 직각으로 설 수도 있다고 한다.

매끈한 유선형의 이 작은 비행기는 현재 개발 중인 무인항공기 ‘스마트 무인기’를 40% 크기로 재현한 것.

스마트 무인기는 우리 기술로 만든, 수직이착륙 및 고속비행이 가능한 첫 번째 무인항공기다.

다시 말해 헬기처럼 수직으로 뜨고 내리면서 비행기처럼 빠르게 날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스마트 무인기 개발사업은 2002년 과학기술부의 21세기 프론티어기술개발사업으로 선정됐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한 20여개의 대학 및 연구소, 기업 등 무인항공기 분야 전문기관들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이 무인항공기는 최대 중량이 1톤 밖에 안 되는 5m짜리 항공기로 완성되면 최고 시속 500km로 5km의 높이에서 5시간 정도 날 수 있다.

조종사 없이 하늘을 나는 무인기는 사람 대신 위험하고 지루하며 어려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인건비와 인명손실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항공기다.

초기에 만들어진 무인기는 주로 군사용으로 쓰였다.

2002년 11월에는 미국이 개발한 무인기 ‘프레데터’가 쏜 미사일에 이슬람 과격 단체 알 카에다의 간부 6명이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90년대 들어 농약을 살포하고 기상자료를 수집하는 등 사람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는 무인기가 속속 개발됐다.

스마트 무인기도 이 가운데 하나다.

스마트 무인기가 다른 무인기와 다른 점은 새로운 모양의 ‘똑똑한’(smart) 무인항공기라는 것.

스마트 무인기는 조종사가 없어도 스스로 시각센서나 레이더로 사물을 식별하고 목표를 찾거나 장애물과 충돌을 피하는 기술을 자랑한다.

고장이 나면 스스로 진단하고 대처하는 똑똑한 지능도 뽐낸다.

이런 능력은 스마트 무인기에 실린 비행조종컴퓨터 덕분이다.

이 컴퓨터에는 GPS 같은 항법장치가 입력된 자동조종장치가 있어 무인기가 자동으로 이착륙하거나 항로를 따라 날아갈 수 있게 한다.

자동조종장치는 비행기에 큰 고장이 났을 때 약속한 장소로 돌아와 무사히 착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비행조종컴퓨터가 스마트 무인기의 ‘뇌’인 셈이다.

지상관제시스템이 이 뇌와 통신을 주고받으며 무인기의 임무 수행을 이끈다.

스마트 무인기는 어떤 역할을 할까? 먼저 태풍을 포함해 우리의 생활을 위협하는 자연재해를 관측할 수 있다.

스마트 무인기가 있으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한 황사나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거대한 파도를 생생하게 관찰하고 이에 맞는 대응방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무인기의 또 다른 임무는 산불 감시다.

날씨가 건조하고 등산객이 많은 봄이나 가을에는 산불이 많이 발생한다.

담배꽁초 같이 작은 불씨를 빨리 알아차리고 바로 끈다면 큰 재해를 미리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산불 감시에 동원할 수 있는 비행기나 인력에는 한계가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산을 관찰할 수 있는 작은 무인기가 활약하면 산불을 초기에 확인해 크게 번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24시간 감시하기도, CCTV로 전체 모습을 보기도 어려운 항만 같은 주요 시설물 감시도 스마트 무인기가 담당한다.

명절에 고향이라도 갈라치면 꽉 막힌 도로 때문에 짜증이 난다.

이럴 때 여러 대의 스마트 무인기가 각 지역의 교통 상태를 확인하고 바로 알려준다면 어떨까? 이런 기능이 GPS 내비게이션과 연계된다면 사람들은 도로 사정을 금방 알아내고 덜 막히는 길을 쉽게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큰 덩치의 헬리콥터를 띄우는 비용이나 조종사에게 들어가는 인건비도 확 줄일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06년 40% 크기의 모형 비행기를 만들어 스마트 무인기의 성능을 1차로 시험했다.

2009년에는 실제 크기로 제작한 무인기로 시험 비행을 할 예정이다.

스마트 무인기는 2012년 완성되며, 이 성공은 10년 뒤의 세계 5위권 무인기 선진기술국 한국으로 이어진다.

만약 이 작고 똑똑한 비행기가 내 손에 들어온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5년 뒤 스마트 무인기가 우리 생활에 몰고 올 변화를 즐거운 마음으로 상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