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무인기가 만드는 세상

지난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한국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 2007’(약칭 서울에어쇼2007) 전시장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끈 자그마한 모형이 하나 있었다.

언뜻 비행기처럼 생겼지만 날개 앞에 붙어있는 프로펠러가 계속 돌아가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걸 보면 헬기 같기도 하다.

앞면 패널에 있는 소개 글에 따르면 이 프로펠러는 직각으로 설 수도 있다고 한다.

매끈한 유선형의 이 작은 비행기는 현재 개발 중인 무인항공기 ‘스마트 무인기’를 40% 크기로 재현한 것.

스마트 무인기는 우리 기술로 만든, 수직이착륙 및 고속비행이 가능한 첫 번째 무인항공기다.

다시 말해 헬기처럼 수직으로 뜨고 내리면서 비행기처럼 빠르게 날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스마트 무인기 개발사업은 2002년 과학기술부의 21세기 프론티어기술개발사업으로 선정됐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한 20여개의 대학 및 연구소, 기업 등 무인항공기 분야 전문기관들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이 무인항공기는 최대 중량이 1톤 밖에 안 되는 5m짜리 항공기로 완성되면 최고 시속 500km로 5km의 높이에서 5시간 정도 날 수 있다.

조종사 없이 하늘을 나는 무인기는 사람 대신 위험하고 지루하며 어려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인건비와 인명손실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항공기다.

초기에 만들어진 무인기는 주로 군사용으로 쓰였다.

2002년 11월에는 미국이 개발한 무인기 ‘프레데터’가 쏜 미사일에 이슬람 과격 단체 알 카에다의 간부 6명이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90년대 들어 농약을 살포하고 기상자료를 수집하는 등 사람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는 무인기가 속속 개발됐다.

스마트 무인기도 이 가운데 하나다.

스마트 무인기가 다른 무인기와 다른 점은 새로운 모양의 ‘똑똑한’(smart) 무인항공기라는 것.

스마트 무인기는 조종사가 없어도 스스로 시각센서나 레이더로 사물을 식별하고 목표를 찾거나 장애물과 충돌을 피하는 기술을 자랑한다.

고장이 나면 스스로 진단하고 대처하는 똑똑한 지능도 뽐낸다.

이런 능력은 스마트 무인기에 실린 비행조종컴퓨터 덕분이다.

이 컴퓨터에는 GPS 같은 항법장치가 입력된 자동조종장치가 있어 무인기가 자동으로 이착륙하거나 항로를 따라 날아갈 수 있게 한다.

자동조종장치는 비행기에 큰 고장이 났을 때 약속한 장소로 돌아와 무사히 착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비행조종컴퓨터가 스마트 무인기의 ‘뇌’인 셈이다.

지상관제시스템이 이 뇌와 통신을 주고받으며 무인기의 임무 수행을 이끈다.

스마트 무인기는 어떤 역할을 할까? 먼저 태풍을 포함해 우리의 생활을 위협하는 자연재해를 관측할 수 있다.

스마트 무인기가 있으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한 황사나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거대한 파도를 생생하게 관찰하고 이에 맞는 대응방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무인기의 또 다른 임무는 산불 감시다.

날씨가 건조하고 등산객이 많은 봄이나 가을에는 산불이 많이 발생한다.

담배꽁초 같이 작은 불씨를 빨리 알아차리고 바로 끈다면 큰 재해를 미리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산불 감시에 동원할 수 있는 비행기나 인력에는 한계가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산을 관찰할 수 있는 작은 무인기가 활약하면 산불을 초기에 확인해 크게 번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24시간 감시하기도, CCTV로 전체 모습을 보기도 어려운 항만 같은 주요 시설물 감시도 스마트 무인기가 담당한다.

명절에 고향이라도 갈라치면 꽉 막힌 도로 때문에 짜증이 난다.

이럴 때 여러 대의 스마트 무인기가 각 지역의 교통 상태를 확인하고 바로 알려준다면 어떨까? 이런 기능이 GPS 내비게이션과 연계된다면 사람들은 도로 사정을 금방 알아내고 덜 막히는 길을 쉽게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큰 덩치의 헬리콥터를 띄우는 비용이나 조종사에게 들어가는 인건비도 확 줄일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06년 40% 크기의 모형 비행기를 만들어 스마트 무인기의 성능을 1차로 시험했다.

2009년에는 실제 크기로 제작한 무인기로 시험 비행을 할 예정이다.

스마트 무인기는 2012년 완성되며, 이 성공은 10년 뒤의 세계 5위권 무인기 선진기술국 한국으로 이어진다.

만약 이 작고 똑똑한 비행기가 내 손에 들어온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5년 뒤 스마트 무인기가 우리 생활에 몰고 올 변화를 즐거운 마음으로 상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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