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보고 싶어요

늘 보고 싶어요

김용택

오늘

가을 산과 들녘에 물을 보고 왔습니다

산골 깊은 곳

작은 마을 지나고

작은 개울들 건널 때

당신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산의 품에 들고 싶었어요, 깊숙히

물의 끝을 따라 가고 싶었어요

물소리랑 당신이랑 한없이

늘 보고 싶어요

늘 이야기하고 싶어요

당신에겐 모든 것이 말이 되어요

십일월 초하루 단풍 물든 산자락 끝이나

물굽이마다에서

당신이 보고 싶어서,

당신이 보고싶어서 가슴이 저렸어요

오늘

가을 산과 들녘과 물을 보고

하루 왼종일

당신을 보았습니다

누이야 날이 저문다

누이야 날이 저문다

김용택

누이야 날이 저문다

저 물을 따라가며

소리 없이 저물어 가는 강물을 바라보아라

풀꽃 한 송이가 쓸쓸히 웃으며

배고픈 마음을 기대오리라

그러면 다정히 내려다보며, 오 너는 눈이 젖어 있구나

배가 고파

바람 때문이야

바람이 없는데?

아냐, 우린 바람을 생각했어

해는 지는데 건너지 못할 강물은 넓어져

오빠는 또 거기서 머리 흔들며 잦아지는구나

아마 선명한 무명 꽃으로

피를 토하며, 토한 피 물에 어린다

누이야 저 물의 끝은 언제나 물가였다

배고픈 허기로 저문 물을 바라보면 안다

밥으로 배 채워지지 않은 우리들의 멀고 먼 허기를

누이야

가문 가슴 같은 강물에 풀꽃 몇 송이를 띄우고

나는 어둑어둑 돌아간다

밤이 저렇게 넉넉하게 오는데

부릴 수 없는 잠을 지고

누이야, 잠 없는 밤이 그렇게 날마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