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떠나 갈 때는

누구든 떠나 갈 때는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더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나무의 시

나무의 시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눈을 감고

나무가 되어야지

너의 전생애가 나무처럼 흔들려야지

해질녘 나무의 노래를

나무 위에 날아와 앉는

세상의 모든 새를

너 자신처럼 느껴야지

네가 외로울 때마다

이 세상 어딘가에

너의 나무가 서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그리하여 외로움이 너의 그림자만큼 길어질 때

해질녘 너의 그림자가 그 나무에 가 닿을 때

넌 비로소 나무에 대해 말해야지

그러나 언제나 삶에 대해 말해야지

그 어떤 것도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