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엔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내가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가을 노래

가을 노래 이해인 하늘은 높아가고 마음은 깊어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이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있는 친구가 보고싶고 죄없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친구여, 너와나의 사이에도 말보다는 소리없이 강이 흐르게 이제는 우리 더욱 고독해져야겠구나 남은시간 아껴쓰며 언젠가 떠날 채비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