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엔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내가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윤동주 시모음

간(肝)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위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서스 산중에서 도망해온 토끼처럼 들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던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고향에 돌아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