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

귀 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하리라…

기도할 때 내 마음은

기도할 때 내 마음은

1

기도할 때 내 마음은 바다로 갑니다

파도에 씻긴 흰 모래밭의 조개껍질처럼 닳고 닳았어도

늘 새롭기만 한 감사와 찬미의 말을 한꺼번에 쏟아 놓으면

저 수평선 끝에서 빙그레 웃으시는 나의 하느님

2

기도할 때 내마음은 하늘이 됩니다

슬픔과 뉘우침의 말들은 비다 되고

기쁨과 사랑의 말들은 흰 눈으로 쌓입니다

때로는 번개와 우박으로 잠깐 지나가는 두려움

때로는 구름이나 노을로 잠깐 스쳐가는 환희로

조용히 빛나는 내 기도의 하늘

이 하늘 위에 뜨는 해.달.별, 빋음.소망.사랑

3

기도할 때 내 마음은 숲으로 갑니다

소나무처럼 푸르게

대나무처럼 곱게 한 그루 정직한 나무로 내가 서는 숲

때로는 붉은 철쭉꽃의 뜨거운 언어를

때로는 하얀 도라지꼬의 청순한 언어를 치워 내며

한 송이 꽃으로 내가 서는 숲

사계절 내내 절망을 모를 내 기도의 숲에 서면

초록의 웃음 속에 항상 살아 계신 나의 하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