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발치서 당신을

먼 발치서 당신을

처음엔 당신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사람들 뒷 편에서

당신 모습 바라보다 돌아왔습니다

사람들 틈에 쌓여 있는 당신 모습이

전보다 더 야위어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당신이

나를 알아보시지 못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왜 당신에게 좀더 가까이 가서

내 자신을

당신에게 드러내보이기 부끄러운 것일까요

혼자 맘으론 당신이 내 목소리를 잊지 않고

계시리라 생각하곤 하면서

이렇게

다시 천천히 되돌아 걸어오곤 하는 것인지요

돌아오는 길에 먼 어둠 속에서

불빛 두어 개 반짝이는 걸 보았습니다.

별 몇 개 그 위에 희미하게 떠서

내가 생각하는

당신 마음처럼 반짝이는 걸 보았습니다.

나는 왜 당신 앞에

가까이 나서기가 부끄러운 것인지요

처음엔 당신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무엇인가 자꾸만

당신 앞에 떳떳하지 못하여

나 혼자만 생각하는 당신 향한

이 마음을 그리움이라 말하고

당신이 기쁘게 나를 알아보실 때까지

내가 몰래 보내는

나의 이 작은 목소리를

다만 기다림이라고 달래보면서

살고 있는 걸까요

맑은 물

맑은 물

맑은 물은 있는 그대로를 되비쳐 준다

만상에 꽃이 피는 날 산의 모습은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잎 하나 남지 않고 모조리 산을 등지는 가을 날은

쓸쓸한 모습 그대로를 보여 준다.

푸른 잎들이 다시 돌아오는 날은 돌아오는 모습 그대로 새들이 떠나는 날은 떠나는 모습 그대로

더 화려하지도 않게 구태여 더 미워하지도 않는다

당신도 그런 맑은 물 고이는 날 있었는가

가을 오고 겨울 가는 수많은 밤이 간 뒤

오히려 더욱 맑게 고이는 그대 모습 만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