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 하나 있었으면

벗 하나 있었으면

마음 울적할 때 저녁 강물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흙 속에서도 다시 먼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목 백일홍

목 백일홍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 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