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빠른 비행기는 공기 마시며 난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뉴스 속보를 전해드립니다.

오늘 오전 10시 29분 미국 서부 모하비 사막의 에드워드 공군기지에서 신기록이 세워졌습니다.

벨 X-1 항공기를 타고 출발한 공군조종사 척 예거가 인류 최초로 음속을 돌파했습니다.

음속이란 소리의 속도인데요, 마하 1은 소리의 속도와 같은 빠르기를 말합니다.

지금까지는 비행기의 속도가 마하 1까지 올라가면 공기저항이 커져 폭발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척 예거가 마하를 돌파함으로써 앞으로 소리보다 빠른 비행기가 개발될 길이 열린 것으로 보입니다.”

1947년 10월 14일 미국의 방송국에서 전했을 속보를 상상해봤다.

예거가 탔던 X1이 상공 14.7㎞까지 올라가 마하 1.05의 속도를 기록했을 때 미국인은 물론 전 인류가 새로운 가능성에 기뻐하지 않았을까.

척 예거의 비행 이후 5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마하 1.05보다 훨씬 빠른 비행기가 개발됐다.

소리의 속도보다 3배 빠른 SR 블랙버드(Blackbird)와 블랙버드보다도 2배 이상 빠른 X-43A가 그 주인공이다.

공기흡입방식 유인항공기인 SR-71 블랙버드는 높은 고도에서 빠른 속력으로 적진의 상공을 날 수 있도록 설계된 초음속 정찰기다.

26km 이상의 고도에서 최대 마하 3.3(약 4,039km/h)의 속도로 지속적으로 날 수 있는데, 이 비행기가 달성한 기록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블랙버드는 1974년 9월 1일 뉴욕에서 런던까지 마하 2.68(약 3,500km/h)로 날아 1시간 54분 56초의 기록을 세웠다.

같은 항로를 날아가는 데 콩코드가 약 3시간 20분, B-747이 약 6시간 걸리는 것을 보면 SR-71이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1974년 9월 13일에는 런던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마하 3의 평균속력(약 3,672km/h)으로 나는 기록을 세웠다.

SR-71은 미국이 동유럽 공산권과 긴장이 심하던 1950년대에 구상됐다.

미국의 군 지휘자들은 구소련이 전 세계로 군사력을 펼쳐나가자 구소련의 상황을 정확히 알기 위해 고심했다.

그 당시 록히드 항공사가 만든 U-2 정찰기가 있었지만 이 항공기는 음속보다 조금 느렸기 때문에 구소련의 요격미사일에 공격당하기 쉽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리하여 높은 고도에서 엄청나게 빨리 나는 비행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SR-71이 탄생하게 됐다.

공기흡입방식 무인비행기 중 가장 빠른 비행기는 X-43A다.

이는 스크램제트(scramjet)라고 불리는 새로운 엔진을 시험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험용 무인 극초음속 비행기다.

스크램제트란 초음속 연소 램제트(supersonic-combustion ramjet)를 말한다.

X-43A는 2002년 3월에 마하 6.83(약 8,359km/h)을 달성했고, 2004년 11월에 마하 9.68(약 1만 1,848km/h)의 기록을 세웠다.

스크램제트 엔진은 일정한 속력에 도달한 후에 동작할 수 있기 때문에 X-43A는 일반 항공기와는 달리 자체의 동력으로 이륙할 수 없다.

그래서 X-43A는 부스터(보조추진용 로켓)에 실은 후 B-52에 부착해 이륙시켰다.

2004년 비행 당시 X-43A를 실은 부스터는 약 12km의 고도에 이르러 B-52에서 분리됐다.

이후 부스터가 가동돼 마하 7(약 8,568km/h)까지 속도가 높아졌고, 고도 30km에 이르러 로켓에 실렸던 X-43A의 스크램제트 엔진이 약 10초 동안 가동됐다.

최고 속력을 낸 X-34A는 계획한 대로 태평양에 추락했다.

일반적인 로켓 엔진은 연료와 산소를 섞어 추진력을 내므로 로켓 엔진을 사용하는 비행기는 두 가지 모두를 기체에 실어야 한다.

이로 인해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무게도 많이 나가게 된다.

반면 제트 엔진을 사용하는 비행기는 공기를 흡입해 공기 중의 산소를 연소에 사용하므로 비행기의 크기와 무게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일반적인 제트 엔진은 엔진 속의 수많은 압축날개를 돌려 공기를 압축한다.

반면 램제트 엔진은 비행기가 날아가는 속력에 의해 공기가 압축되므로 압축날개가 필요 없어 구조가 간단해진다.

스크램제트 엔진은 엔진으로 들어오는 공기의 흐름이 초음속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램제트 엔진이다.

스크램제트 엔진 기술은 아직 제한된 시험만 이루어지고 있는 미완성 기술 중의 하나다.

글 : 박영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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