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지구에 비상상황이 발생한다.
지름 550Km, 달 무게의 4분의 1이나 되는 거대한 괴비행물체(UFO)가 지구 상공에 등장하면서 위성을 이용한 모든 통신이 끊겨 버린다.
다음날 UFO에서 레이저 빔이 발사되면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백악관 그리고 맨하탄의 고층빌딩들과 거리의 자동차들도 순식간에 휴짓조각이 된다.
핵미사일 공격마저도 UFO의 방어막에 막히면서 무용지물이 되면서 지구는 공포의 도가니로 변한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지구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마지막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컴퓨터 바이러스’다.
괴비행체의 모선 컴퓨터에 바이러스를 심어 UFO의 방어막을 해제하고, 전 세계 군당국이 일제히 공격을 하자는 것이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서 지구는 위기에서 벗어난다.
지난 1996년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인디펜던스데이 줄거리다.
윈도용 바이러스가 UFO 시스템을 감염시키는 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현대문명의 공공의 적인 컴퓨터 바이러스가 지구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상황설정은 흥미로웠다.
독일 최대 컴퓨터보안업체 AV테스트랍스가 따르면 최근 들어서는 한 해 동안 450만 개의 컴퓨터 바이러스가 새로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985sim2004년까지 생겨난 바이러스 총수가 10만여 건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 세계는 지금 컴퓨터 바이러스로부터 융단 폭격을 받고 있다고 봐도 좋은 상황이다.
여기에다 악의를 가지고 남의 컴퓨터에 침입하는 해커(크래커 Cracker·)들이 급증하면서, 보안이 생명인 정부나 군대 등의 국가 전산망을 공격하는 일까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컴퓨터 운영체계가 단일화되고 전 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바이러스나 해커의 파급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실린 컴퓨터 중 하나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돼, 비상이 걸린 적이 있다.
ISS의 이메일 송수신용 랩톱에서 웜바이러스인 W32.Gammima.AG가 발견된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사용자의 키보드 입력 내역을 조사해 온라인게임 계정과 암호 등을 훔치는 비교적 낮은 위험도 수준의 바이러스였다.
물론 미 항공우주국은 바이러스는 즉시 치료했다.
사실 은행전산망이나 ISS 등 극도의 보안을 요하는 곳은 바이러스의 침투나 해킹이 쉽지는 않다.
인터넷에 직접 연결돼 있지 않은데다, 운영체계도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ISS에 연결되는 모든 이메일이나 동영상 등 자료 송수신은 모두 텍사스 임무통제센터(MSS)를 경유해서 이뤄진다.
이번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는 ISS 통제 시스템과는 연결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ISS 임무 수행에 악영향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전성을 장담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ISS에만 하더라도 현재 윈도를 사용하는 71개의 랩톱 컴퓨터가 있고, 우주인들이 반입한 USB 메모리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침입했기 때문이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지구 상에 떠다니는 인공위성 해킹문제다.
지난 65년 최초의 상업용 통신위성 인텔샛 1호가 등장한 이후 인공위성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위성성능은 업그레이드 되고 있지만, 그에 걸맞지 않게 보안기능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실제로 2년 전 인도네시아의 해커들은 집 마당에 설치한 위성안테나로 인공위성의 데이터를 해킹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자카르타에 소재 외국계 보안회사에 근무하는 짐 지오베디(28)와 해커인 라디타아 이리얀디(26)는 불과 2,000달러가량의 위성 접시안테나와 장비로 인공위성의 통신신호를 다운받은 광경을 비디오로 공개한 것이다.
이들은 주변 상공을 선회하는 인공위성들의 궤적과 주파수만 파악, 가정용 위성안테나로도 어렵지 않게 위성해킹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인공위성의 보안시스템이 예상보다 매우 허술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