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표면에서 떨어지는 얼음 조각의 정체는

최근 공개된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 사진에서 신기한 점이 발견됐다.

로켓 가운데 자랑스럽게 적혀있던 “대한민국 나로” 글씨가 감쪽같이 사라진것! 과연 “나로호”에 적힌 글자들은 어디로 사라졌던 것일까?

우주선진국들이 우리나라보다 먼저 우주개발에 앞서 다양한 로켓을 발사하는 장면을 TV나 사진자료를 통해서 볼 수 있다.

한가지 예로, 지난 1967년 11월, 미국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새턴 5호의 경우, 발사될 때 로켓 주변을 찍을 동영상을 보면, 발사 순간에 무수한 하얀 조각들이 로켓 주변에 흩날린 것을 볼 수 있다.

과연 로켓에서 떨어져 나온 하얀 물체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로켓 표면의 페인트 조각일까? 그건 아니다.

비행기에 칠해진 페인트도 이륙 순간, 벗겨지지 않는데, 설마 발사장을 막 떠나 그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은 로켓의 페인트가 벗겨질리 없다.

게다가 페인트 조각 치고는 크기도 제법 크다.

다른 것도 아닌 달까지 가는 로켓인데 설마 발사 충격을 이기지 못하는 페인트를 쓸 리가 없다.

그럼 로켓이나 다른 발사 시설물의 파편일까? 그럴 가능성도 적다.

왜냐하면 그렇게 많은 금속 파편이 발생해 로켓에 부딪친다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크고, 로켓이나 발사대 자체에도 그런 파편이 생길 만큼 뭔가 결함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폴로 로켓은 13호를 제외하고 모두 달에 갔다 무사히 돌아왔다.

그렇다면 과연 그 하얀 물체들의 정체는 뭘까?

정답은 신기하게도 로켓표면에 생긴 “얼음”이다.

새턴 5호는 물론 우리나라의 나로호도 제1단은 액체연료 로켓이다.

액체연료로켓은 모두 액체 형태인 연료와 산소를 이용한다.

산소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액체연료로켓의 주된 연료로 쓰이는 수소 역시 모두 기체이므로 나로호의 경우 연료를 산화시키기 위한 산화제로 산소를 사용하는데, 부피를 덜 차지하는 액체 상태로 만들어 보관하는 것이 로켓의 공간활용 면에서 유리하다.

그런데 문제는 수소와 산소를 모두 액체 상태로 만들려면 엄청나게 낮은 온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소의 끓는점은 영하 252도, 산소의 끓는점은 영하 183도이다.

따라서 그 이하의 낮은 온도 상태로 만들어 주입하게 된다.

발사되기 14시간 전, 이렇게 차가운 수소와 산소가 로켓의 연료 탱크에 주입되고, 나로호는 발사되기 약 4시간 전에, 연료인 케로신과 산화제인 액체산소를 주입하기 위한 절차가 시작된다.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으면 당연히 로켓의 동체도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차가운 물체는 대기 중의 습기를 끌어들이고, 많이 차가울 경우 얼음으로 만든다.

이는 겨울철 차가운 유리창에 성에가 생기는 것이나, 또는 프로판가스를 많이 사용할 경우 가스가 기화되면서 열을 빼앗아가 가스탱크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이다.

그러나 이렇게 로켓 표면에 만들어지는 성에는 접착력이 별로 좋지 않다.

따라서 발사시에 생기는 작은 충격만으로도 떨어져 나가버리는 것이다.

결국, 로켓 발사 시 생기는 무수한 하얀 조각 정체는 바로 연료와 산화제의 낮은 온도 때문에 로켓 표면에 만들어진 성에가 떨어져 나가면서 생기는 것이다.

이는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를 비롯하여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이라면 발사 시 대부분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심지어는 액체연료를 사용해 주엔진을 점화하는 우주왕복선 발사 시에도 볼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도 하나 있다.

최근 북한이 발사한 로켓의 발사 장면을 보면, 로켓에 “조선”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보인다.

같은 액체로켓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북한 로켓의 경우, 독성이 있는 산화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온에서도 액체 상태를 유지하며 산화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북한과 달리 친환경적이며 독성이 없는 무독성 산화제를 사용하고, 무독성 산화제의 경우 상온보다 훨씬 낮은 온도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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