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소통하다, ‘안구 마우스’

지난 7월 22일, 한국보조공학업체·전문가 포럼(ATV 포럼)에서 휠체어에 누운 신 씨가 파워포인트를 조작하며 발표했다.

몸이 마비된 그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눈동자뿐.

그는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눈동자로 화상키보드에 있는 커서를 조작했고, 눈을 깜빡이며 원하는 부분을 클릭했다.

생후 7개월부터 척수성 근위축증(SMA)으로 온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신 씨는 안구 마우스와 화상키보드 덕에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할 수 있었다.

신 씨처럼 근육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에게 안구 마우스는 매우 고마운 도구다.

눈동자만 움직여도 뜻을 표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공부나 연구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도 안구 마우스를 이용해 연구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안구 마우스가 최초로 개발된 이유는 근육병 환자를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주비행사의 안전 때문이었다.

우주비행사에게는 왜 안구 마우스가 필요했던 것일까?

우주선에 탑승하는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선이 발사 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진동으로 온몸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몸 전체를 고정시킨다.

그런데 온몸이 묶인 상태에서는 우주선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아도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들은 손발이 묶여 있어도 눈동자는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래서 눈으로 움직이는 스위치를 개발하고, 우주비행사들에게 눈동자를 움직여 스위치를 조종하는 훈련도 시켰다.

안구 마우스는 바로 이 기술을 응용해 만들었다.

눈동자로 스위치를 움직였듯 마우스 포인터를 움직이는 것.

보통 안구 마우스는 작은 카메라와 모니터에 부착된 적외선 센서로 이뤄져 있다.

사용자가 카메라에 눈동자를 맞추면 마우스 포인터를 움직일 수 있고, 눈을 깜빡이고 화면을 바라보는 동작으로 클릭이나 드래그도 할 수 있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카리스쿨(http://www.karischool.re.kr/) “푸른하늘”

구월의 이틀

구월의 이틀

소나무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구월이 있다 소나무숲이

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구름이 나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그곳에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이 있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

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새와

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숲을 걸어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뭇잎사귀들은

비에 부풀고 어느 곳으로 구름은

구름과 어울려 흘러갔으며

그리고 또 비가 내렸다

숲을 걸어가면 며칠째 양치류는 자라고

둥근 눈을 한 저 새들은 무엇인가

이 길 끝에 또다른 길이 있어 한 곳으로 모이고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모래의 강물들

멀리까지 손을 뻗어 나는

언덕 하나를 붙잡는다 언덕은

손 안에서 부서져

구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