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모를까

사람들은 왜 모를까

김용택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 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빗장

빗장

김용택

내 마음이

당신을 향해

언제 열렸는지

시립기만 합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논둑 길을 마구 달려보지만

내 달아도 내달아도

속 떨림은 멈추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시도 때도 없이

곳곳에서 떠올라

비켜주지 않는 당신 얼굴 때문에

어쩔 줄 모르겠어요

무얼 잡은 손이 마구 떨리고

시방 당신 생각으로

먼 산이 다가오며 어지럽습니다

밤이면 밤마다

당신을 향해 열린

마음을 닫아보려고

찬바람 속으로 나가지만

빗장 걸지 못하고

시린 바람만 가득 안고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