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탐사에 얽힌 구 소련과 미국과의 경쟁

달 탐사 경쟁이 한창이던 1968년 9월 14일, 구 소련의 바이코눌 우주센터에서 달을 향해 한 대의 우주선이 발사되었다.

이를 추적하던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은 달을 돌아 지구로 귀환하는 이 우주선에서 러시아어를 감청하게 되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녹음장치에 의한 목소리로 밝혀졌지만, 이는 달 경쟁에서 러시아가 미국을 앞서 있다는 적신호였다.

NASA는 준비 중이던 계획을 서둘러 수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앞선 것으로 보였던 러시아의 유인 달 선회비행은 실제로는 이어지지 못했으며 계획 자체는 비밀에 붙여졌다.

왜 러시아 인들은 달에 가지 못했을까? 유인 달 선회비행 계획의 전모를 살펴보자.

▣ 구 소련의 비밀 유인 달 선회비행 L-1 계획

구 소련과 미국 사이에 달 경쟁이 시작된 1960년대 초, 양국 모두는 달 착륙에 앞서 유인 우주선을 달 주위에 보냈다가 무사히 회수할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

이른바 유인 달 선회 계획은 달 레이스에서 1차 종목이었다.

이를 위해 구 소련은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했으며 결국 UR-500K/L-1 계획을 진행하였다.

UR-500K란 달탐사선 발사를 위해 개발된 프로톤 로켓을 말하고, L-1이란 소유즈 우주선을 개조한 달 여행용 우주선을 말하며, L-1에게는 구 소련의 영토에 착륙하기 위해 ‘더블 딥(double-dip)’이란 특별한 궤도진입법이 요구되었다.

이것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사거리가 짧은 미사일을 먼 거리의 미국 영토까지 운반하려는 고민끝에 찾아낸 방법이기도 했다.

더블 딥이란 간단히 말해 물수제비를 말한다.

낮은 각도로 던져진 돌은 물 속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수면을 몇 번 튀어 오른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우주선과 대기와의 충돌을 이용, 우주선을 튀어 오르게 하여 속도를 줄임으로써 재진입시의 마찰열을 줄이게 된다.

또한 UR-500K 로켓의 추진력이 충분치 않아 L-1의 몸무게를 대폭 줄여야만 했다.

그 결과 소유즈의 세 개모듈 중 궤도모듈과 미상사태를 대비한 여분의 추진장치를 제거하였으며, 태양전지판의 크기를 줄였다.

그 대신 복잡한 대기진입법을 실현할 자동항법장비와 자세조정엔진이 부가되었고, 하강모듈에는 진입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열을 견딜 수 있도록 방열막을 강화하여 L-1을 제작하였다.

1967년 3월부터 이에 대한 본격적인 시험비행이 이루어졌는데, 발사체 문제로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1968년 3월에는 서방세계에 목적을 숨기기 위해 탐사체란 뜻의 「존드(Zond) 4호」로 명명된 L-1이 처음으로 지구궤도를 벗어나 달에 도달할 만큼 긴 타원궤도로 발사되었다.

「존드 4호」는 달의 반대편으로 발사되었는데, 이것은 장거리 통신과 지구 재진임을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존드 4호가 진입 도중 항법장비의 고장으로 예상지점에 착륙하지 못하게 되자 공중폭발을 시켜버렸다.

그 후 3회에 걸친 추가 발사가 이루어졌지만 모두 실패했고, 7월 21일에는 발사대에서 로켓이 폭발해 세 명의 기술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이 때쯤 미국의 CIA는 존드가 유인달 선회비행을 준비하는 예비임무를 맡고 있음을 파악하고 NASA에 정보를 전달했다.

1968년 9월 15일에는 거북 등 실험용 생명체가 탑승한 「존드 5호」가 무사히 발사되어 3일 후 달 주위를 돌아 지구로 향했다.

존드 5호는 발사과정과 통신, 방사선에 의한 우주공간에서의 생명 생존실험 등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제 남은 것은 더블 딥에 의한 궤도진입이었다.

하지만 역시 항법장비에 문제가 생겨 존드 5호는 무려 20g에 달하는 중력가속도로 곧장 대기권에 진입했고, 착륙장소는 인도양이 되고 말았다.

비록 예정된 지점에 귀환하지는 못했지만, 존드 5호는 우주개발 최초로 달 비행 후 지구로 회수된 우주선이다.

1968년 11월 10일에는 「존드 6호」가 발사되었고, 처음으로 더블 딥을 이용해 구 소련의 영토에서 우주선을 회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캡슐에서 산소가 새는 바람에 탑승한 생명체가 질식사하고 말았다.

결국 존드 5, 6호는 회수되긴 했지만, 만약 이곳에 인간이 탑승했다면 분명 사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러시아는아직 유인 달 비행을 할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당시 실패의 원인은 모두 비밀에 붙여졌다.

▣ 아폴로에 한발 뒤진 비운의 존드 7호

다음번 1968년 12월 발사에서는 러시아가 유인으로 시험비행을 한다는 첩보가 서방세계에 돌았다.

그러자미국은 부랴부랴 지구 주위에서만 비행할 예정이었던 「아폴로 8호」의 비행목표를 달로 변경하였다.

이것은 구 소련의 L-1과 달리 달까지의 예비 생명실험도 거치지 않은 무모한 시도였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

달 탐사에 로봇 ‘아바타’ 보낸다

파란색의 나비족들이 익룡처럼 생긴 거대한 생명체를 타고,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거대한 바위섬 사이를 날아다니는 판도라 행성.

2154년, 인류는 지구의 자원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로부터 4.4광년 떨어진 판도라에서 ‘언옵타늄’이라는 광물을 채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판도라의 대기는 독성을 갖고 있어 인간이 숨을 쉴 수 없는데다가, 판도라의 원주민인 ‘나비’족이 강하게 저항하여 채굴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지구의 과학자들은 인간과 나비족의 DNA를 합성해, 원격 조종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생명체 ‘아바타’를 만든다.

지난해 최고의 흥행 영화 ‘아바타’의 시놉시스다.

인간이 적응하기 어려운 가혹한 환경의 외계 행성을 아바타를 이용해 원격으로 탐사한다는 영화의 설정은 관객들에게 매우 신선하게 다가 왔다.

영화는 하반신 불구였던 주인공 제이크가 아바타를 통해 외계 행성의 자연환경과 나비족의 문화적 환경에 동화되는 과정을 화려한 3D 특수효과를 통해 실감나게 보여준다.

이런 아바타 기술을 실제 우주탐사에도 활용할 수 있을까?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아바타를 이용해 달을 탐사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해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과학대중지 파퓰러사이언스 온라인판은 지난 2월 원격조종이 가능한 인간형 로봇을 이용한 달탐사 프로젝트 ‘Project M’을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Project M은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을 달에 보낸 뒤, 지구에서 이 로봇을 원격 조종해 달을 탐사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영화 ‘아바타’처럼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마음만으로 아바타를 조종하는 것이 아닌 조종하는 사람이 자신의 움직임을 로봇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모션 캡쳐 복장 입고, 로봇이 보는 시야를 똑같이 보면서 로봇을 조종할 수 있다.

사실 로봇을 이용해 외계 행성을 원격으로 탐사하는 계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0년대 구 소련이 달에 원격탐사로봇 루나16호를 보낸 뒤, 인류는 달과 화성에 탐사 로봇을 수차례 보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탐사로봇은 활동영역이 제한적이거나 실시간으로 조종할 수 없었다.

NASA가 2004년 화성에 보낸 쌍둥이 탐사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도 지구와 교신하는데 9분 이상 걸린다.

그래서 NASA는 탐사로봇의 하루 이동계획과 활동계획을 미리 입력하고 수 시간 뒤 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탐사를 진행해 왔다.

현재 스피릿이 화성 표면을 찍은 100MB 정도 크기의 영상을 지구에서 받는 데는 1주일 가까이 걸린다.

하지만 Project M은 인간형 로봇과 가상현실을 결합한 ‘원격현실감’ 기술을 통해 지금까지의 원격조종 탐사로봇과는 차원이 다른 원격탐사로봇을 선보일 계획이다.

인간형 로봇을 사용하기 때문에 인간이 사용하는 탐사도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지구와 달 사이에 교신 시간이 3초 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거의 실시간으로 마치 달에서 직접 탐사하는 것처럼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다.

NASA는 Project M이 인간을 달에 직접 보내는 방법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더 낫다고 주장한다.

우선 우주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지구에서 안전하게 달 탐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인간을 달에 보내기 위해 필요한 생명유지장치를 만들지 않아도 되므로 로켓의 무게를 줄이는 등 달탐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인간이 직접 달에 가는 것보다 과학적 성과를 훨씬 많이 얻을 수 있다.

달에서 의미 있는 발견을 하려면 숙련된 과학자를 우주인 훈련을 시키거나, 우주인에게 다양한 과학적 지식을 습득하게 한 뒤 달에 보내야 했다.

하지만 로봇 아바타를 활용하면 달에 직접 가지 않고도 달 탐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NASA의 존슨스페이스 우주센터가 지난 5월 3일 공개한 백서에는 Project M에 대한 꽤 자세한 계획이 담겨있다.

백서는 Project M을 수행할 로켓으로 차세대 우주탐사 로켓으로 주목받고 있는 액체산소-메탄 로켓을 활용할 계획이며, 아바타 역할을 할 로봇은 ‘로보넛 2’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보넛 2는 지난 2010년 2월 4일 NASA의 존슨스페이스 우주센터의 덱스트러스 로봇연구소(Dextrous Robotics Lab)가 자동차회사인 GM과 함께 개발해 공개한 인간형 로봇이다.

NASA는 예산만 승인된다면 1,000일 이내에 이 프로젝트를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