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어떤 날

어떤 날은 아무 걱정도 없이 풍경소리를 듣고 있었으면

바람이 그칠 때까지 듣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집착을 버리듯 근심도 버리고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나뭇잎을 다 만나고 올 때까지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소쩍새 소리를 천천히 가지고 되오는 동안 밤도 오고

별 하나 손에 닿는 대로 따다가 옷섶으로 닦고 도 닦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나뭇잎처럼 즈믄 번뇌의 나무에서 떠나 억겹의 강물 위를

소리없이 누워 흘러갔으면 무념무상 흘러 갔으면

아홉 가지 기도

아홉 가지 기도

나는 지금 나의 아픔 때문에 기도합니다.

그러나 오직 나의 아픔만으로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

나는 지금 나의 절망으로 기도합니다.

그러나 오직 나의 절망만으로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

나는 지금 깊은 허무에 빠져 기도합니다

그러나 허무 옆에 바로 당신이 계심을 알게 하소서

나는 지금 연약한 눈물을 뿌리며 기도합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남을 위해 우는 자 되게 하소서

나는 지금 죄와 허물 때문에 기도합니다

그러나 또 다시 죄와 허물로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

나는 지금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기도합니다.

그러나 모든 내 이웃의 평화를 위해서도 늘 기도하게 하소서

나는 지금 영원한 안식을 기도합니다

그러나 불행한 모든 영혼을 위해 항상 기도하게 하소서

나는 지금 용서받기 위해 기도합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자 되게 하소서

나는 지금 굳셈과 용기를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더욱 바르게 행할 수 있는 자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