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내 꿈은

어릴 때 내 꿈은

어릴 때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뭇잎 냄새 나는 계집애들과

먹머루빛 눈 가진 초롱초롱한 사내 녀셕들에게

시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주며

창 밖의 햇살이 언제나 교실 안에도 가득한

그런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플라타너스 아래 앉아 시들지 않는 아이들의 얘기도 들으며

하모니카 소리에 봉숭아꽃 한 잎씩 열리는

그런 시골학교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는 자라서 내 꿈대로 선생이 되었어요.

그러나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침묵과 순종을 강요하는

그런 선생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묶어놓고 험한 얼굴로 소리치며

재미없는 시험문제만 풀어주는

선생이 되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옳지 않은 줄 알면서도 그럴 듯하게 아이들을 속여넘기는

그런 선생이 되고자 했던 것은 정말 아니었어요.

아이들이 저렇게 목숨을 끊으며 거부하는데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편이 되지 못하고

억압하고 짓누르는 자의 편에 선 선생이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어요.

아직도 내 꿈은 아이들의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예요.

물을 건너지 못하는 아이들 징검다리 되고 싶어요.

길을 묻는 아이들 지팡이 되고 싶어요.

헐벗은 아이들 언 살을 싸안는 옷 한 자락 되고 싶어요.

푸른 보리처럼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 동안

가슴에 거름을 얹고 따뜻하게 썩어가는 봄 흙이 되고 싶어요.

어떤 편지

어떤 편지

진실로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자만이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진실로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자만이

한 사람의 아픔도 외면하지 않습니다

당신을 처음 만난 그 숲의 나무들이 시들고

눈발이 몇 번씩 쌓이고 녹는 동안

나는 한번도 당신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내가 당신을 처음 만나던 그때는

내가 사랑 때문에 너무도 아파하였기 때문에

당신의 아픔을 사랑할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헤어져 돌아와 나는 당신의 아픔 때문에 기도했습니다.

당신을 향하여 아껴온 나의 마음을 당신도 알고 계십니다.

당신의 아픔과 나의 아픔이 만나

우리 서로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생각합니다.

진실로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동안은 행복합니다.

진실로 모든 이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줄 수 있는 동안은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