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3

섬진강 3

그대 정들었으리.

지는 해 바라보며

반짝이는 잔물결이 한없이 밀려와

그대 앞에 또 강 건너 물가에

깊이 깊이 잦아드니

그대, 그대 모르게

물 깊은 곳에 정들었으리.

풀꽃이 피고 어느새 또 지고

풀씨도 지고

그 위에 서리 하얗게 내린

풀잎에 마음 기대며

그대 언제나 여기까지 와 섰으니

그만큼 와서 해는 지고

물 앞에 목말라 물 그리며

서러웠고 기뻤고 행복했고

사랑에 두 어깨 깊이 울먹였으니

그대 이제 물 깊이 그리움 심었으리.

기다리는 이 없어도 물가에서

돌아오는 저녁길

그대 이 길 돌멩이, 풀잎 하나에도

눈익어 정들었으리.

더 키워나가야 할

사랑 그리며

하나둘 불빛 살아나는 동네

멀리서 그윽이 바라보는

그대 야윈 등,

어느덧

아름다운 사랑 짊어졌으리.

섬진강 2

섬진강 2

저렇게도 불빛들이 살아나는구나.

생솔 연기 눈물 글썽이며

검은 치마폭 같은 산자락에

몇 가옥 집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불빛은 살아나며

산은 눈뜨는구나.

어둘수록 눈 비벼 부릅뜬 눈빛만 남아

섬진강물 위에 불송이로 뜨는구나.

밤마다 산은 어둠을 베어 내리고

누이는 매운 눈 비벼 불빛 살려내며

치마폭에 쌓이는 눈물은

강물에 가져다 버린다.

누이야 시린 물소리는 더욱 시리게

아침이 올 때까지

너의 허리에 두껍게 감기는구나.

이른 아침 어느새

너는 물동이로 얼음을 깨고

물을 퍼오는구나.

아무도 모르게

하나 남은 불송이를

물동이에 띄우고

하얀 서릿발을 밟으며

너는 강물을 길어오는구나.

참으로 그날이 와

우리 다 모여 굴뚝마다 연기 나고

첫날밤 불을 끌 때까지는,

스스로 허리띠를 풀 때까지는

너의 싸움은, 너의 정절은

임을 향해 굳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