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숲에는

유월의 숲에는

초록의 희망을 이고

숲으로 들어가면

뻐꾹새

새 모습은 아니 보이고

노래 먼저 들려오네

아카시아꽃

꽃 모습은 아니 보이고

향기 먼저 날아오네

나의 사랑도 그렇게

모습은 아니 보이고

늘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네

눈부신 초록의

노래처럼

향기처럼

나도 새로이 태어나네

유월의 숲에 서면

더 멀리 나를 보내기 위해

더 가까이 나를 부르는 당신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 집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사 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 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 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 집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 마음에 드는데……’

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미소 지어 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 집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