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겨울숲에서 노려보는 여우의 눈처럼

잎 뒤에 숨은 붉은 열매처럼

여기

나를 응시하는 것이 있다

내 삶을 지켜보는 것이 있다

서서히 얼어붙은 수면에 시선을 박은 채

돌 틈에 숨어 내다보는 물고기의 눈처럼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건방진 새처럼

무엇인가 있다

눈을 깜빡이지도 않는 그것

눈밖에 없는 그것이

밤에 별들 사이에서, 내가 좋아하는

큰곰별자리 두 눈에 박혀

나를 내려다본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때로 그것은 내 안에 들어와서

내 눈으로 밖을 내다보기도 하고

내 눈으로 나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것은 무엇일까

내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고 있을까

여기 겨울숲에서 노려보는 여우의 눈처럼

잎 지고 난 붉은 열매처럼

차가운 공기를 떨게 하면서

나를 응시하는 것이 있다

내 삶을 떨게 하는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