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경우 자동차를 주차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후진하게 된다.
자동차를 원하는 공간으로 옮기려면 앞이나 뒤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당연해 보이는 후진시스템이 비행기에는 없다.
왜 그럴까?
자동차와 달리 비행기는 엔진의 힘을 바퀴로 전달하는 장치가 없다.
대신 엔진에서 배기가스를 내뿜는 힘(작용)에 대한 반작용으로 앞으로만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자동차처럼 후진 기어를 넣어 진행방향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비행기도 활주로까지 나가기 위해 후진이 필요할 때가 있다.
공항에서도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에 후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조차 비행기는 스스로의 힘을 이용해 뒤로 갈 수 없다.
이때 ‘토잉카(Towing Car·사진)’를 이용해 비행기를 후진시킨다.
‘토잉 트랙터(Towing Tractor)’라고도 부르는 토잉카는 대부분 길고 넓고 납작한 상자에 거대한 바퀴를 달아놓은 모양을 하고 있다.
토잉카는 비행기에 쇠밧줄을 걸어 비행기 몸체와 연료, 승객, 짐까지 실은 엄청난 무게를 끌 수 있다.
결국 비행기 자체의 힘이 아니라 외부의 힘으로 후진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론상으로는 비행기도 자신의 엔진으로 후진할 수 있다.
엔진에서 분출되는 배기가스의 방향을 반대로 바꾸면 앞이 아니라 뒤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역추진’이라고 하는데, 엔진을 거꾸로 돌리는 방식은 아니다.
역추진은 엔진이 뒤로 내뿜는 공기를 중간에서 차단하고, 엔진 몸체의 덮개를 통해 공기가 빠져나가 앞으로 흐르게 하는 방법이다.
그렇지만 비행기는 역추진을 이용해 후진하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무게가 수백 톤에 이르는 비행기를 역추진으로 움직이게 되면 엔진에 엄청난 무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대신 비행기의 역추진은 착륙할 때 속도를 줄이기 위한 브레이크 용도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