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그러자
호랑이가 한 마리 내려왔다
내 눈동자는 호랑이의 눈을 따라 크게 떠지고
눈꺼풀 안에서 상처입으며 아름다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눈을 감고 앉아
옛날의 정원을 꿈꾸었다 그러자
정원이 내 곁으로 내려왔다
나는 정원으로 걸어들어갔다 호랑이를 데리고
한낮의 벌과 나비들이 식사를 하고
난데없는 무덤들을 휘돌아 꽃나무 그늘 아래로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이 어른거리다
서둘러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어떤 메아리 하나가 그 뒤를 따라 도망쳐가고
누군가 내 속에서 나에게 이제 그만
돌아가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호랑이와 함께 뒤돌아 걸어나왔다
한번도 열어보지 않은 정원의
문을 열고 기억나지 않은 길을 걸어
나는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그러자
내 둘레에서 불이 일어났다 나는 눈을 감고 앉아
정원의 어린 꽃나무들이 뒤채이고 둥글게
원을 그리는 것을 보았다 호랑이는 내 눈을 찢고
불꽃과 싸우며 내게서 달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