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나무 3
김용택
나무야 푸른 나무야
나는 날마다
너의 그늘 아래를 두 번씩 지난다
해가 뜰 때 한 번
그 해가 질 때 한 번
걷다가 더울 때 나는 너의 뿌리에 앉아
너의 서늘한 피로 땀이 식고
눈보라칠 때 네 몸에
내 몸을 다 숨기고
네 더운 피로 내 몸을 덥히며
눈보라를 피했다
나무야
잎 하나 없는 잔가지 그림자만
맨땅에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내겐 푸르른 나무야
내가 서러울 때
나도 너처럼 찬바람 가득한
빈 들판으로 다리를 뻗고
달이 구름 속에 들 때 울었다
목놓아 운 적도 있었단다 나무야
푸른 나무야
우리 마을이 네게서 시작되고
네게서 끝나듯이
내 삶의 기쁨도
네게서 시작되고
네게서 이루어졌다
오늘은 나와 함께 맘껏 푸르른 나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