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수 없다

그럴수 없다

물 속을 들여다보면

물은 내게 무가 되라 한다

허공을 올려다보면

허공은 또 내게 무심이 되라 한다

허공을 나는 새는 그저 자취없음이 되라 한다

그러나 나는

무가 될 수 없다

무심이 될 수 없다

어느 곳을 가나 내 흔적은 남고

그는 내게 피 없는 심장이 되라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그는 도둑처럼 밤중에 이슬을 밟고 와서

나더러 옷을 벗으라 하고

내 머리를 바치라 한다

나더러 나를 버리라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다

그는 내게 물이 되라 하나

나는 불로서 타오르려 한다

그는 내게 미소가 되라 하지만

그러나 아직 내 안에 큰 울음이 넘쳐난다

그는 내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라 하나

나는 그럴 수 없다 한다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 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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