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몽당연필

너무 작아

손에 쥘 수도 없는 연필 한개가

누군가 쓰다 남은 이 초라한 토막이

왜 이리 정다울까

욕심이 없으면 바보되는 이세상에

몽땅 주기만 하고 아프게 잘려왔구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깨끗한 소멸을

그 순박한 순명을 본받고 싶다.

해픈 말을 버리고 진실만 표현하며

너처럼 묵묵히 살고 싶다.

묵묵히 아프고 싶다.

민들레의 영토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 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태초로부터 나의 영토는

좁은 길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

애처로이 쳐다보는

인정의 고움도

나는 싫어

바람이 스쳐가며

노래를 하면

푸른 하늘에게

피리를 불었지

태양에 쫓기어

활활 타다 남은

저녁 노을에

저렇게 긴 강이 흐른다

노오란 내 가슴이

하얗게 여위기 전

그이는 오실까

당신의 맑은 눈물

내 땅에 떨어지면

바람에 날려 보낼

기쁨의 꽃씨

흐려오는

세월의 눈시울에

원색의 아픔을 씹는

내 조용한 숨소리

보고 싶은 얼굴이여

넋이 있느냐 라는 것은,

내가 있느냐 없느냐고 묻는 거나 같다.

산을 보면서 산이 없다고 하겠느냐?

나의 넋이여!

마음껏 발동해 다오.

내 몸의 모든 움직임은,

바로 내 넋의 가면이다.

비 오는 날 내가 다소 우울해지면,

그것은 즉 넋이 우울하다는 것이다.

내 넋을 전세계로 해방하여

내 넋을 넓직하게 발동케 하고 싶다